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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즈, 12개의 이야기 展 블룸즈버리 포토코무네
유형 : 대전 전시회
날짜 : 2023년 12월 21일~12월 29일
시간 : 10:00~17:00, 전시마감일 : 10:00~15:00
장소 : 갤러리 탄(TAN), 대전 서구 문정로148(탄방동, 굿앤월드 빌딩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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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처 : 갤러리 탄(TAN) 042)489-8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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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율리시즈, 12개의 이야기 展 블룸즈버리 포토코무네
유형 : 대전 전시회
날짜 : 2023년 12월 21일~12월 29일
관람시간 : 10:00~17:00, 전시마감일 : 10:00~15:00
장소 : 갤러리 탄(TAN)
, 대전  서구 문정로148(탄방동, 굿앤월드 빌딩 502호)
문의처 : 갤러리 탄(TAN) 042)489-8025







전시 서문

율리시즈, 12개의 이야기

기획  이정희
                                             
Comune는 공동생활을 함께 나누는 작은 모임을 뜻하는 중세 라틴어이다. 매주 수요일에 모임을 하는 ‘포토 코무네’ 소속 작가들은 대부분 글을 쓰거나 책 읽기를 즐기는 작가들이다. 아름다움과 시, 영화와 길거리를 사랑하는 ‘수요 포토 코무네’는 사진예술의 정신적 공동체라 할 수 있다. 2023년의 마지막 겨울을 보내며 한 해 동안 시공간에서 겪었던 이야기, 나의 이야기 등, 그동안 스치고 지나간 의식의 흐름을 이미지로 담았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즈’는 오전 8시에 시작하여 다음 날 새벽에 끝나는 하루 동안의 사건들뿐이지만 예술을 꿈꾸는 자와 과거의 세계관을 가진 자가 만나 서로를 수용하는 과정을 담았다. 라캉과 데리다와 같은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은 조이스의 소설언어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미끄러운 기표”로 해석한다. 시각언어로서 ‘포토 코무네’ 회원들과 그의 친구들- 12명이 선보이는 이미지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담론으로 번역되며 미끄러지는 기표들이다.

소설은 텍스트로 말하지만, 전시는 이미지로 말한다. 우리의 이미지는 우연한 만남, 꽃들의 뒷말, 포트레이트가 된 레터, 밤의 집, 예기치 않은 소동, 마네의 올랭피아,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로 떠돌아다니는 영혼의 노마드족들과 밤의 배회자들의 얼굴을 담았다.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카메오들이다. 고맙게도 ‘수요 포토 코무네’의 축제에 영예로운 온빛 휴먼다큐상을 수상한 이강산 선생과 ‘부엌도’로 여성 사진계에 빛을 더한 KOWPA의 부회장 윤은숙선생, ‘미세먼지’ 시리즈로 징후적 환경문제를 제시한 KOWPA 사무처장 한기애 선생이 우리의 축제에 빛을 더해주었다. 눈 오는 날 수표교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가야금과 해금을 타던 홍대용과 박지원, 그리고 그의 친구들 이덕무와 박제가, 유득공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품 설명]

◎ 초대작가


윤은숙 부엌도_To Heaven #11, pigment print,2019. edi.7

윤은숙

<부엌도>
결혼 후 ‘살림’이라는 것을 하면서 ‘부엌 혹은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나의 엄마는 새벽 5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매일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셨다. 부엌일에 취미가 없던 나는, 할 일이 너무 많고 바쁘다고 매일 도망만 다녔다. 그런데 문득 나를 돌아보니 엄마와 너무 비슷한 자신을 보고 나도 엄마처럼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매우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부엌도』시리즈 작업은 나 자신과 아내나 엄마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작업이다. 여자로 아내로 엄마로 OO씨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나의 애증인 것 같다.

그중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작업한 『부엌도_To Heaven』은 ‘부엌’이라는 공간이 가진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중년의 주부들의 정신적인 공허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50대 이상 중년의 주부들은 약 20여 년을 육아와 살림, 혹은 직장 일 등에 묶여 있다가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은퇴 등으로 갑자기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 많은 여성들은 심리적인 타격을 입게 되며 육체적인 고통도 수반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이 시기 여성들이 갖는 공허함을 표현한다. 육신의 고통을 떨쳐내고 마음을 비워야만 살 수 있는 시절을 이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화려해 보이지만 밝고 흰 배경과 테이블의 휑함, 빛이 나지만 속이 빈 식기들과 비워진 유리병들은 자의든 타의든 욕망을 비워낸 자들의 ‘초월함’을 표현했다.




이강산「묵黙」 Silence 50x50cm. 2023.

이강산

<묵黙>
‘묵黙’은 20년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겨울 명상 다큐다. 2004년 겨울 첫 셔터를 누른 뒤 스무 번째 마지막 겨울을 남겨둔 모든 사진은 전국의 섬과 오지, 산을 홀로 기행하면서 흑백필름으로 촬영했다. 대상은 오로지 자연이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근원적 인식에 부합하도록 최소의 이미지로만 담았다.

‘묵黙’은 모든 이미지를 단순화하여 여백의 미, 사진의 수묵화水墨畫를 추구한다. 여기서 ‘묵黙’은 단순히 언어가 부재하는 시간이 아니며 ‘여백’ 또한 허공이라는 편협한 의미망에 갇혀있지 않다. ‘묵黙’은 사색과 성찰로 충만한 무한시공간을 의미하는바, 나는 의미의 극대화를 위해 자연의 근간인 ‘선線’을 통해 물리적 부재와 존재의 경계를 나누고 심상적 부재의 풍요로움과 존재의 텅 빈 충만 구현을 모색했다.
 
우리는 사진 속 부재와 존재의 융합에 주목하며 각자의 삶과 정체성의 ‘차이와 반복’을 궁구窮究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얼마큼 ‘나의 길’을 걸어왔는가. 삶의 끝은 어디쯤인가. 나는 그 반문에 대한 유효한 대답이 ‘묵黙’을 이룬 고독한 사색과 침묵의 소요, 뜨거운 한파와의 동행에서 찾아졌으면 한다.




한기애, 복정동(2019년 1월) pigment Print 120x100cm  2019

한기애

<Fine Dust>시리즈
2016년 1월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이를 사진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온 지 어느덧 8년이 되었다. 처음에 이 미세먼지로 환경, 산업, 문명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미세먼지를 촬영하면서 이것들을 어떻게 시각화하여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2020년 <Fine Dust I>와 2021년 <Fine Dust II : 14월> 2022년 <Fine Dust III> 시리즈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이자 과분하게도 언론의 각광과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는 탄소 배출,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 대한 시대적 공감이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Fine Dust> 시리즈는 사진의 본령인 기록과 표현의 경계를 오가며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환경문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플라스틱이나 폐타이어 등 버려지는 물건들을 가지고 작업한 많은 정크아트 작품들이 있다. 이 시리즈 역시 산업 쓰레기의 가장 작은 알갱이인 미세먼지를 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정크아트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이라는 매개를 이용해서 이 작은 분자들을 이미지화하여 액자 속에 가두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인간문명의 현주소를 말하고 '더이상 안돼!'라는 강한 부정의 목소리를 보태고자 한다.



◎ 블룸즈버리 포토코무네 참여작가


김성순, 신의 정원에서, 66x50cm,pigment print. 2023.

김성순

2020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서정시인 <루이즈 글릭>의  '야생붓꽃'은 하루의 삶 안에서 정원을 가꾸며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무심한 듯 큰 감정과 파고 없이 엮어냈다.

식물은 인간을 향해
인간은 신을 향해
신은 자신을 향해 말한다.
(야생붓꽃 중에서)

루이즈 글릭이 시를 쓰듯
주변에 펼쳐진 모든 것에 사랑을 담아
말을 걸어 속삭이며 폰카에 담았다.
곱고 고운 색
아름다운 선
신비스러운 자태에 취하여
높고 높은 분의 손길을 느끼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모든 것이 자유로운 동선 안에 가까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 삶의 끝자락의 날들이
평화로 채워지길 기도하며
내일도 그다음 날도 폰을 들고 집을 나선다.




김영순, Beautiful My Life, 60x60cm,pigment print,2023

김영순

<Beautiful My Life>
나는 영어 공부가 일상생활이다.
일찍 교환학생이란 프로그램을 로터리클럽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파란 눈의 호주 여학생이 우리 가정에 왔다.
그때부터 우리 가정에 영어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 세 아이는 날로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고 세 아이가 유학을 갔다.
두 딸은 호주로 아들은 미국으로 각자의 길을 찾아갔다.
두 딸은 호주 남자와 결혼했고 아들은 미국에서 착실히 일하고 있다.
나에게는 7명의 손자 손녀가 있다. 영어는 필수다.

나의 평생동지는 좀 있으면 100세다.
나는 내일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을까 한다.
삶에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노년은 빛보다 그늘이 많이 든다.
육체가 쇠잔하는 일 말고도 약한 파트너를 돌봐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
노년의 멜랑콜리를 극복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고 매일 아침 영어를 공부하는 일이다.
또한 수요 포토 코무네에서 추천해준 책들은 나의 막막함을 치료해주는 소중한 알약이다.
수업에서 소개받은 영화를 보고 매일 책을 읽는다.
해변에서 춤추는 조르바가 바로 나다. 




김혜식, 시를 담은 밥그릇, 120x85cm,pigment print,2023.

김혜식

1. 시詩를 담았던 밥그릇으로부터
ㅡ장래를 불안하게 생각한 아내의 설득에 따라 유치환은 한때 평양으로 가서 사진관을 차린다. 그러나 경영이 여의치 않자 곧 사진관을 걷어치우고 시작에 매달린다. ㅡ

여행 중에 청마문학관에 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치환이 사진과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의 대표 시로 남은 '행복'이나 '깃발' 혹은 '생명의 서'에 마음을 빼앗기는 동안 나는 그가 생전에 사용했을 사기 밥그릇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어찌 보면 바위 같기도 한, 아니면 한 점 섬 울릉도 같기도 한 엎어진 밥그릇;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엎어진 섬을 찍는다.

2. 베를린을 담은 항아리로부터
항아리는 윤이상에 대한 기억, 혹은 개인의 그리움에서 출발한다. 통영의 윤이상 기념관에서 토기 몇 점이 나를 잡는다. 통영에 재현된 독일에 귀화하여 살던 베를린의 집, 그의 손길이 수시로 닿았을 음악 관련 생전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 중에 생전에 소장했던 물건, 항아리 몇 점이 예사롭지 않다.

베를린에서 항아리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어디서 누가 만든 작품인지 알 수 없으나 대단치 않아 보이는 항아리 문양에서 오선지가 보인다. 그가 못내 그리워하던 통영도 아스라이 보인다. 나도 한 번 슬며시 쓰다듬어 보는 그의 기억, 오도 가도 못하던 그 시절ㅡ항아리 앞에선 그의 정치적 이념이나 논란에 대해선 말하지 않기로 한다.
항아리만이 윤이상을 안다.




안상영, 조용한 정물의 초상화, 120x80cm, pigment print. 2023.

안상영

<조용한 삶의 정물화>  
저자 문광훈 교수는 ‘삶의 매순간이 하나의 정물화’라고 말한다. 가지런히 차려진 식탁에 음식 받침대가 놓여 있고, 빵을 담은 접시와 커피잔 그리고 사과 한 알이 놓여 있는 식탁의 풍경도 하나의 정물화다. 조용히 관찰하면서 비춰보는 시선을 관조의 시선이라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비춰진 대상에 대하여 생각하는 관조의 삶은 익숙한 생활의 면면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공원 언덕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이 관조의 시간이다. 삶의 사건을 일정한 거리 속에서 바라보며 생각해보는 시간 속에서 우리 삶은 조용한 정물화가 된다.

나의 작업은 책의 제목에서 이미지를 가져왔다. 조용한 일상의 삶이지만 저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선물을 받은 책과 말린 꽃으로 이미지를 표현하면서 나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고운 것도 별로 없는 들꽃이지만 꿋꿋하게 피고 지는 열정을 하나의 정물화로 이미지 작업을 해보았다. 책을 보고, 이미지 작업을 하는 시간은 진정한 관조의 시간이 되었고, 조용한 내 삶의 정물화를 그려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오상,순간과 지속,120x80cm,pigment print,2023

이오상

<한 장의 사진, 99개의 빛의 리듬>
이번 전시에서 나의 작업은 기계미학과 속도감, 산업적 과학적 변화를 수용했던 미래파적인 요소를 접목해 보았다. 자코모 발라, 카를로 카라와 루이지 루솔로 같은 이탈리아 미래파 작가들의 작업이 ‘세계의 역동성’에 관심을 두었다면 나의 작업은 베르그송의 ‘시간성’에 초점을 두었다. 나의 작업에서 보여주는 사운드와 색과 선으로 이어지는 무수한 이미지들은 마치 머릿속을 흘러가는 의식과도 같다. 90여 장의 수많은 이미지들이 선으로 이어지면서 이미지들은 우리의 의식을 어딘가로 이끌어간다. 시각적 멜로디이다. 이것은 영화의 연속적인 모션이나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와 같은 동작과는 다르다. 뒤샹의 나부나 입체파의 그림은 물리적으로 등질의 시간을 늘어놓은 것뿐이다. 대상을 파악하고 표현하기 위해 고정된 형상을 단편적으로 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파 보치오니의 입을 빌린다면 “생기는 사라지고 파편화된 단편이 모인 죽은 그림일 뿐이다.” 나의 이미지들은 리드미컬하게 반복되고 연속되어 흐른다. 빛은 무수히 진동하며 어우러지면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의 현재는 항상 통시적이다. 현재의 순간은 한 점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순간에 수없는 과거가 공존한다. 베르그송은 시간을 지속적인 흐름으로 바라보았다. 일반과학은 물질세계에서 반복과 계측이 가능하도록, 편의상 어린 시절의 시간표 짜기처럼 ‘공간화된 시간’을 제시하지만, 시간은 정지된 공간에 표상될 수 없고 분할 할 수도 없고 오려 붙일 수도 없다. 시간은 절대연속성을 가지며 끊임없는 흐름이며 절대적인 생성이라 한다.

한순간이란 찰나의 순간뿐일까? 여기 1/600초의 순간에 멈춘 사진 한 장과 60인치의 프레임 안에서 변주되는 99장의 빛의 리듬으로 베르그송적인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Her Story2-2-  Installation with 8women(Marguerite Duras' Variation Portrait) 40x27cm.pigment print.
이정희

<Her Story>
나의 관심은 여성과 역사와의 조응에 있다. 오랜 시간 타자화되었던 여성들이 어떻게 자기 앞의 삶을 헤쳐나갔는지, 그들의 글쓰기는 어떤 힘이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확실히 한 인간을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지점이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작용에 있다. 나의 모든 이미지는 텍스트에 근거한다. 이미지와 텍스트와의 관계는 우위가 없다. 책은 나의 작업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난 세월, 여성들에게 억압적이었던 기존 질서의 문제를 인식하고 저항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책이었고 글쓰기였다. 책과 글쓰기는 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한 저항의 매체이며 반 헤게모니를 창출하는 정신적 공간이다.

<Her Story> 1차 작업은 불운했던 까미유 클로델과 버지니아 울프, 러시아 혁명기의 안나 아흐마또바, 그리고 나혜석과 전혜린과 최승자이었고, 2차 작업은 19세기의 은둔 시인 에밀리 디킨슨,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기를 헤쳐나온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리고 최근에 작고한 시인 루이즈 글릭을 모델로 작업했다. 그들 모두 나와 100년 남짓한 사이에 살아갔던 한 시대의 증인이다. 루이즈 글릭은 시의 메타포를 빌려 이렇게 고백했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똑같은 빛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우리 중 일부는 우리 자신의 빛으로 만들어요, 아무도 다닐 수 없는 좁은 길 같은 은빛 이파리, 어둠 속 커다란 단풍나무들 아래 얕은 은빛 호수.” 위대한 여정 속에서 그녀들은 그렇게 스스로 빛을 만들어 자신의 존엄을 보여주었다. 




조영란 명화의 재해석 40x60cm,pigment print, 2023

조영란

<Accidental Ulysses>
재미 중국인 에릭 류(Eric Liu)는 동명의 저서에서 자신을 우연한 아시아인(Accidental Asian)으로 말했다. 이정희 선생님의 수업을 매주 나만의 이미지로 기록했던 나는 일 년이 지난 지금 ‘의도치 않게’(accidentally) 율리시즈 속 스티븐 데덜러스가 되어 있다. 제임스 조이스가 “하루를 통해서 콜라주 된 여러 사건들은 결국 그의 조국 아일랜드와 삶의 이야기”라고 했듯 나의 이미지 기록들은 내가 애정하는 ‘수요 포토 코무네’의 일 년의 이야기가 되었다.

1.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주인공 데덜러스 스티븐 따라 하기
2. 에드워드 호퍼 ‘푸른 저녁’ 따라 하기 (04/27/2023, 서울 시립 미술관)
3.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따라 하기(07/12/2023, 수요 포토 코무네)
4.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따라 하기 (07/12/2023, 수요 포토 코무네)
5. 르네 마그리트 ‘피레네의 성’ 따라 하기 (06/27/2023, 수요 포토 코무네)
6. 캐릭터들 : Wed. FOTO COMUNE PORTRAIT




한연교, Self Portrait70x60cm.pigment print, 2023

한연교

<Self-Portrait>                                              
회한의 정서는 다분히 낭만적이지만 외면하고 싶은 상처와 대면이기도 하다.
잠들어 있던 내 안의 기억들을 만난다.
오롯이 잃어버린 시간들과 재회한다.
사는 게 안개 속이었고 늘 겨울이었다.
인생 자체가 그런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삶의 편린들이 어두운 그늘에 닿아 있었고, 그 조각들을 모아 작품에 담았다.
변변치 않은 모습과 다짐들이 많았다.
그래도 그 모두가 '나'다.
진심으로 제대로 살았냐고 물어본다면 'Yes' or 'No'이다.
두렵지만 남은 삶은 '기쁨'에 모험을 걸어보고 싶다.
모든 인연에 감사한다. 




황선애 빨간머리 앤3  60x40cm, pigment print. 2023

황선애

<빨간머리 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 너덜거리는 검은 비닐이 내 눈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바닥으로, 공중으로, 갈팡질팡하더니 갑자기 하늘로 솟구쳐 올라, 키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 시간과 함께 박제되어버린 덩굴 더미의 한 가지에 덜컥 내려앉았다. 바닥이 아닌 높은 그곳에서 힘차게 날리는 검은 비닐, 난 그것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저게 뭘까? 누추한 모습에도 굴하지 않고 휘날리는 생명의 소리, 내면의 불타오르는 정렬, 세파를 헤쳐나가려는 의지.

‘빨간머리 앤이다.’ ‘빨간머리 앤 같다.’
펄럭대는 검은 비닐은 예쁜 것을 좋아하고, 상상력의 단어들을 쏟아내는 빨간 머리 앤 같고, 딱딱하게 마른 덩굴은 고아인 앤을 입양하여 키우는, 내면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고지식한 마릴라 같다. 앤은 입양되는 첫날부터 주변의 사물에 이름을 붙여 나간다 ‘기쁨의 하얀길’ ‘빛나는 호수’, 연인의 오솔길, 유령의 숲, 사과향 제라늄, 눈의 여왕처럼 말이다. 화산같이 격렬하게 분출되는 앤의 상상력은 낯선 풍경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고 꿈이 사라진 곳에서도 희망을 노래한다. 내 나이가 어느덧 이렇게 되었는지 가끔 어이가 없다. 때로 자신감이 없어지고 의기소침해지면 그 엉뚱하고도 신선한 앤의 'imagination'(상상력)에 의지한다.

빨간머리 앤을 만난 것은 우리 수요 포토 코무네 소모임인 '영어 고전 읽기' 클럽에서다. 매주 다섯 명이 온라인상에서 만나 영어 원서를 조금씩 읽는다. 모르는 단어가 어찌 그리 많은지 찾고 또 찾는다. 사진의 소재와 주제를 찾는 일은 끊임없이 단어를 찾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일진광풍에 휘날리는 낡은 비닐을 빨간머리 앤에 비유해 보았다.



[작가 프로필]

FOTO COMUNE

이정희(기획) : 포토 코무네 대표
이정희는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사진영상을 전공했으며 대학원 철학박사 과정에서 랑시에르와 맑스를 공부하다 일부 수료하였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관심 있게 연구하고 있으며 사진에 중요한 베이스가 되는 문학과 동시대 미술, 철학적 접근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NEW PHOTOGRAPHER: TEN VOICE’ 어드바이저이자 대표로 매주 화요일 사진 인문학 스터디를 이끌고 있으며, 블룸즈버리 현대작가회 후속인 ‘포토코무네(WED. FOTO COMUNE)’ 대표로 매주 수요일에 사진 인문학 수업을 이끌고 있다. 이마고 사진학회, 한국여성사진가협회(KOWPA) 소속이며 평론으로 등단했다. 한남대학교, 한밭대학교와 시민대학에 출강했으며 세계의 역사적 장소와 인물을 작업하기 위해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를 여행하였으며 독일 인문기행을 기획하고 있다.

김성순
김성순은 꽃과 정원을 사랑하는 영혼의 Gardener.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으나 일찍 명퇴 후, 자신만의 정원에서 시를 쓰고 책을 즐겨 읽고 있다. 12년 전부터 사진에 관한 과정을 이수하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여행과 영화를 좋아하고 핸드폰으로 옮겨 찍고 아이패드로 작업하는 호크니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블룸즈버리 현대작가회 회원, ‘수요 포토 코무네’ 회원.

김영순
김영순은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원으로 25년, 한밭공모전 MBC 공모전 수상, 국제부인회 회원으로 다년간 일해왔으며 적십자 자문위원으로 대통령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수요 포토 코무네’의 가장 연장자이지만 우리는 나이를 넘나들며 평등하게 지낸다. 지난 2014년부터 블룸즈버리 작가회에서 공부하면서 사진예술과 미학에 관한 책과 인문학, 영화를 섭렵하게 되어 후반기 삶을 화려하게 즐기고 있다. 내년이면 100세가 되는 평생동지가 있지만 ‘내일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심정으로 나날을 보낸다. ‘수요 포토 코무네’의 롤모델이며, 현재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복사해서 읽고 있다.

김혜식
김혜식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화 콘텐츠를 전공했다. 15회의 개인전과 사진집을 포함한 포토에세이 7권과 2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다수의 사진·문화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 3회의 국제전과 인도 노마딕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2023년 공주문화관광재단 ‘이 시대의 사진인’과 ‘올해의 문학인’에 선정되었으며 시를 통한 사진을, 사진을 통한 시를 작업하고 있다.

안상영
안상영은 병원에 근무하면서 뒤늦게 사진을 시작하였다. 주변의 꽃 사진을 찍으며 있는 그대로 접사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시민대학에서 포토에세이를 접하면서 인문학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수요 포토 코무네’ 클래스에서 10명의 동지들과 사진수업을 함께 하며 사진과 인문학을 통한 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일은 추천받은 책을 쌓아놓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쓰다듬는 일이다.

이오상 : ‘수요 포토 코무네’ 회장
이오상은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면서 취미로 사진을 시작하였다. 초기, 풍경·정물 위주의 사진 작업 중에서 특히 ‘매화’ 사진을 포트폴리오로 하여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사진-인문학 수업 ‘수요 포토 코무네’를 통해 학습한 현대 미술과 포스트-포토그래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컴퓨터를 활용하여 빛 정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작업을 통해 이미지 센서에 담긴 사진 파일을 새롭게 해석한 ‘The Secret Color’로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이 작품들로 2023년 부산국제사진제 자유전에 참가하였다. 현재 다양한 사진기법을 활용한 새로운 창작 활동에 꾸준히 매진하고 있다.

조영란
조영란은 넷플릭스가 영화를 디스크에 담아 우편으로 보내던 시절, 월간지 ‘굿모닝 팝스’에 일 년간 작은 생활 칼럼을 연재했다. 인형의 옷과 미니어처를 직접 만들다가 사진의 길에 들어섰다. ‘수요 포토 코무네’의 주요 연출모델이며 모두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수요 포토 코무네’ 헬퍼. 이미지 인문학에 접목하면서 매주 서울을 비롯한 전시장을 찾아다니며 회원들에게 중요한 전시소식을 알리고 있다. 매주 과제를 올리는 모범생이다. 전공은 비밀이다.

한연교
한연교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으며, 특히 사진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2년 과정의 사진 공부를 마치고, 단체전에 2회 참여했으며, DIPE 2017년 DALI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에 다수의 작품을 출품했다. 지금은 사진-이미지 인문학 ‘수요 포토 코무네’에서 사진과 예술을 연구하고 있다. 시를 사랑하며 문학과 영화에 매혹된 관계로 사진 역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황선애
황선애는 블룸즈버리 작가회 소속으로 2014년부터 합류하였다. 영문학을 전공하였으며 중등영어교사를 명예퇴직하고 사진과 댄스, 음악에 열중하고 있다. ‘수요 포토 코무네’ 멤버 중 5명이 하는 영어 리딩 줌 사랑방의 방장을 맡고 있다. 빨간머리 앤에게 매혹되어 있다. 2024년부터는 펄벅의 <대지>를 읽기로 했다. ‘수요 포토 코무네’의 해외전시 리뷰를 대비한 것인가도 싶다. 초긍정의 사랑 에너지를 가진 작가이다.



FOTO COMUNE(초대작가)

윤은숙
윤은숙은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사진가이다. 대표작으로 주부들의 공간인 부엌을 다양하게 해석한 《부엌도》 시리즈가 있고, 일상의 풍경을 작업한 《관계된 풍경》 시리즈가 있다. 개인전 10회와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서 작업활동을 해오고 있다. 출판물로는 『See, Regard, Gaze』, 『부엌도』 사진집과 공저로 『사진가의 비밀노트』가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상업사진 전공을 졸업 후 30여 년간 ‘사진 창작과 사진 교육’을 함께 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여성사진가협회 부회장이고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사진예술아카데미에서 사진을 교육하고 있다.

이강산
이강산은 한없이 여린 시인이며 소설가, 사진가이지만 고집스러운 작가다. 국문과 출신으로 34년간 교사 생활을 했다. 2021년 온빛 사진상과 2022년 부다페스트 국제 사진상을 받았으며 대표 사진집으로 휴먼다큐 사진집 <여인숙(눈빛, 2021)>과 <지상의 방 한 칸(사진예술사, 2017)>, <섬, 육지의(애지, 2017)>, 다큐일기 <인간의 시간(눈빛, 2023)>이 있다. 그 외에 시집으로 <하모니카를 찾아서>와 소설집 <아버지의 초상>이 있다. 14년간 생존의 공간 여인숙을 찍으며 생각과 일치된 삶을 위해 2년 동안 여인숙에 들어가 공동체 생활을 해오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대전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기애
한기애는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 석사를 마치고 대표작으로 <Fine Dust> 시리즈와 <空空장소>시리즈가 있다. 사회적 징후로서의 환경문제와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관심 있게 작업하고 있다. 개인전으로 <해방해빙>시리즈(2017~2018)가 있으며 미세먼지를 추적하며 촬영한 <Fine Dust>시리즈는 최근 2023년 11월 서울 신사동 김영섭 화랑에서 4번째 시리즈로 <Fine Dust IV_Abroad>를 전시한 바 있다. Artprize Gangnam 우수상(사진부문 1등), PX3(파리포토상), Honorable Mention, ND Award(국제사진상) Honorable Mention, IPA(국제사진상) Honorable Mention을 수상했으며 사진집 <종로 2022(눈빛, 2023)>, <을지로 2021(눈빛, 2022)>, <空空장소(YART출판, 2022)>, <Fine Dust(291출판 2020)>, <해방해빙(291출판, 2017)>이 있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한국여성사진가협회 사무처장으로 여성 사진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초대작가 : 윤은숙, 이강산, 한기애
참여작가 : 이정희(기획), 김성순, 김영순, 김혜식, 안상영, 이오상, 조영란, 한연교, 황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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