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관계를 끊임없이 경험한다.
먼 길 돌아보면 필연처럼만 보이는 무수한 우연 같은 관계를 이 순간에도 지나치고 있다.
삶을 살아가며 생겨나는 관계는 결과와 번뇌로 우화하여 흔적들을 남기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삶인지 흔적인지 어떤 것이 겉인지 속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겉과 속은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한 면을 차고 나아가지만 결국은 겉과 속을 모두 훑고 지나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나로 하여금 파생된 관계는 돌고 돌아 나의 삶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흔적이 내가 되고, 다시 흔적은 나를 따라 관계로 나아간다.
그것이 삶이다.
이루어진 관계들이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따라 또 다시 관계가 이어지는 것.
관계들이 돌고 돌아 끝없이 이어지며, 파편과 흔적을 남기고 그 끝에는 그 자체로 세월이 되는 것.
끝이자 시작이며, 관계를 따라 끊임없는 고리를 남기는 것.
닭과 달걀의 주기가 반복되듯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삶은 어원이 뒤섞여 버린 사람과 삶, 사랑처럼 얽히고 설켜 색깔을 남긴다. 성공, 행복, 기쁨, 죽음, 슬픔, 악연마저도 시작이 아니며 끝이 아니다.
그러나 끝없는 영속성을 간직한 뫼비우스의 띠에도 중심이 존재하듯이 삶에도 나라는 중심이 있다.
관계라는 것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져 있지만, 결국 나라는 주제 안에 갇혀 있다.
삶은 나를 중심으로 돌고 돌며, 인연마저도 나의 삶에서는 나라는 테두리 안에 잡혀 있다.
우리는 모두가 이어진 그물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서로 다른 중심을 가진 각자의 띠이며 하나하나의 고요하고 순수한 본인만의 삶이다.
우리는 끝없는 반복처럼 보이는 나의 길을 소중히 여겨야 할 필요가 있다.
아픔과 기쁨이 점철되어 엉망처럼 보여도 하나의 그림이 되는 찬란한 나의 삶.
하나의 색으로도 오색으로 물들어도 상관없는 나의 길.
나만의 길,
나만의 삶.
영원으로 가는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