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 / 100*100*130cm / 나무와 도어 클로저, 도어 오프너 등 혼합재료 / 2020>
받아들일 수 없고, 소화할 수 없던 기억들은 잊혀 무의식 깊이 옅은 표상으로 저장된다. 하지만 일상의 특정 사건들은 개인의 무의식 속 망각의 문을 연다. 대책 없이 망각의 문은 열리고, 일상 사건과 망각된 것들은 서로 편집되어 꿈이 된다. 꿈이 쏟아내는 표상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때 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문을 다시 닫는다, 서로 엮이지 않고 독립된 사건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용납하지 못했던 기억들은 망각의 영역 속에 남기를 바란다. 어떻게 언제 열리는지 모르는 이 문 앞에서 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들어온 것 혹은 나간 것’이 무엇인지 골몰하기보다는 그저 닫는 것이다.
문을 닫고자 하는 태도는 아무런 자각 없이 작동하는 도어클로저와 유사하다.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도어클로저와는 무관하다. 도어클로저는 출입 하는 것들을 선택 혹은 통제할 수 없다. 다만 도어클로저는 문은 닫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충실히 수행한다. 열렸던 문을 닫고 닫으며, 무심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때로 우리는 현실의 사건들 앞에서 방어적 태도 외에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 개인의 결핍과 불안을 자극하는 사건을 온전히 열린 태도로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도어클로저의 작동 안에서 나를 막고 너를 막았던 방어의 나날이 보인다.
류재라 / 우리는 모두 한 개인이 존중받아야 할 개인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는 누구에게도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일정한 물리적 공간이다. 하지만 사회는 개인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대상화하는 데만 골몰하며 개인의 주체성마저 집단이 원하는 이미지로 보이길 강요한다. 또한 이를 벗어나는 행동에 대한 반응은 비난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렇게 그들은 폭력적이고 무례하게 개인 공간을 침범한다. 개인들의 가치관, 정체성 등이 깃들어 있는 개인 공간은 내부에 존재한다. 또한, 집단이 주장하면 논리적 오류도 정당화, 보편화하는 사회는 외부에 위치한다.
그리고 두 공간은 출입문을 통해 이어진다. 우리 모두 그 경계에서 두 공간을 바라보자.
사회를 보여주는 매체는 개인 공간에 자리 잡고서는 개인들의 눈을 가린다. 매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개인은 현상을 바라보지만, 빛에 의한 눈부심뿐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다.
당신과 나, 우리들은 누구에게도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물리적 공간을 구축한다. 그 공간들은 한 개인이 혹은 여러 명이 같이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사회 속 집단들은 개인의 집합체이지만 그들은 스스로 개인이라는 생각을 때로는 망각하곤 한다. 그렇기에 개인이자 집단인 우리들은 수많은 물리적 공간들이 모여있는 사회에서 각자의 공간의 문턱을 밟으며 서로에게 선을 넘고 넘김당하며 서로에게 폭력을 가한다.
하나의 사회라는 공간에 연결된 수많은 개인 공간은 제각기 크기, 위치, 용도도 다르지만 어느 누구도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지 못한다. 개인은 집단에 소속되어 활동하면서 간혹 개인공간(내부)과 모두가 뒤엉켜있는 사회(외부) 를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보다도 외부인지 내부인지 구분하려고 하지 않기에 공간의 색들은 동일성을 띈다.
윤예린 /
<다족 두꺼비 설화 : 願 自 家 住 宅 夢 / 가변크기 / 철사와 종이 죽 위에 아크릴 채색과 혼합재료 / 2020>
다양한 문화권에는 부적 또는 상징적인 물건을 문 위에 거는 풍습이 있다. 우리는 개인의 영역인 집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에 필요에 따라 건강, 가족의 안위, 재물 등을 가져다주는 부적이나 물건을 걸어 놓음으로써 소원을 빌어왔다. 하지만 ‘내 집 출입문’에 더는 이런 것들이 걸려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 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주기적인 이사로 유목민적인 삶이 기본이 되어버린 지금, 먼저 ‘내 집’이 생기길 빌어야 하지 않을까?
‘내 집 마련의 꿈’은 현대인에게 불가능한 구전설화처럼 느껴질 뿐이다. 운이 좋다면 대출을 받아 본인 명의로 된 집을 가질 수 있지만, 평생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으며 살아가거나 상환 계획을 포기한다. 심지어 자가주택을 마련하나, 이를 저당으로 다시 대출을 받는 가구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 집은 과연 나의 집일까? 은행의 집일까? 빚의 집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더는 꿈꾸지 않는가? 그 누구든 좋은 집, 좋은 건물을 보고 '내 소유였으면, 저런 곳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월세를 안 낸다면, 얼마를 모았을까?, 돈이 전세금으로 묶여있지 않다면?'이라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린 이렇게 닿을 수 없는 자가주택을 꿈꾸고 있다.
집에 대한 꿈은 아주 옛날부터 조금 변형되었을 뿐 지속되어왔다. 한국에는 두꺼비에게 헌 집을 줄 테니 새집을 달라는 노래가 있다. 두꺼비를 착한 바보로 만드는 이 노래는 '내 집'에 대한 강한 욕망이 담겨있다. 이처럼 동양권에서 두꺼비는 금전적인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상으로 여겨져 왔고, 돈을 뱉어내는 삼족 두꺼비도 전해져 내려온다. 우린 집을 주는 다족 두꺼비를 상상했다. 설화 속 다족 두꺼비는 집을 탐낸 죄로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다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이를 되찾기 위해 다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 집과 맞교환한다. 그저 두꺼비 다리를 문위에 걸어 놓았다는 이유로 그 사람은 대출을 받거나 큰돈을 모으는 고생 없이 집을 얻게 된다는 설화이다.
이제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자가주택에 대한 욕망을 두꺼비다리 부적을 통해 이뤄 보자.
[작가소개, 프로필]
김승태 / Seung Tae Kim / 金昇泰 / 인스타그램 @sthm6749
작가 이력
2019 세종대 회화과 한국화전공 졸업
2019 <편식 안하기> 김승태 (단지커피/서울)
2020~월간작업 참여
2020 3.20-4.1 <월간작업 2회 : 해치울겁니다> / 이초인X김승태X나름진*조예지X류재라*윤예린XONSI / 월간작업 주최 / 예술공간 봄(수원)
이초인 / Choin / 初仁
작가 이력
2015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영상서사학 재학
2018 <가까이 서다> 그룹전 (로욜라 이주연 갤러리)
2019 <소외의 탄생> 그룹전 (신림동 실험실)
2019~ 월간작업
2019 11.28-12.1 <월간작업 1회 : DUMMY더미> / 이초인*김현경*미야*나름진 / 월간작업 주최 /낙랑파라 마포구 망원동 435-2
2020 3.20-4.1 <월간작업 2회 : 해치울겁니다> / 이초인X김승태X나름진*조예지X류재라*윤예린XONSI / 월간작업 주최 / 예술공간 봄(수원)
류재라 / Ryu Jaera / 柳在羅 / jaera2054@hanmail.net / 인스타그램 @mojaeri_art
작가 이력
2019 세종대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2019 HCI 2019 Creative Award <불편한 시선>출품 류재라*김기홍*이한들*권민서*이금형 (제주국제컨벤션센터 / 서귀포)
2019 <평범하게 불안정한> 류재라 (단지커피 / 서울)
2019 오픈 스튜디오 조온버 그룹전 (라린스튜디오 / 서울 중구)
2020~ 월간작업 참여
2020 3.20-4.1 <월간작업 2회 : 해치울겁니다> / 이초인X김승태X나름진*조예지X류재라*윤예린XONSI / 월간작업 주최 / 예술공간 봄(수원)
윤예린 / Yoon yerin / 尹藝潾 / 인스타그램 @y2r423
작가 이력
2019 세종대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2018 오래 보고 싶어요 그룹전(세종갤러리 / 서울 광진구)
2018 별이 다섯개 그룹전 (쿤테라 갤러리 / 서울 강남구)
2018 말하기 힘든 것들 그룹전 (세종갤러리 / 서울 광진구)
2018 Creativity 그룹전 (갤러리 온 자주 / 서울 마포구)
2018 Yong Creative Korea 2018 그룹전 (아라아트센터 / 서울 중구)
2019 오픈 스튜디오 조온버 그룹전 (라린스튜디오 / 서울 중구)
2019 창원 청년 아시아 미술제 그룹전 (성산아트홀 전시장 / 창원)
2020~ 월간작업
2020 3.20-4.1 <월간작업 2회 : 해치울겁니다> / 이초인X김승태X나름진*조예지X류재라*윤예린XONSI / 월간작업 주최 / 예술공간 봄(수원)
0.5(나름진 X 조예지)
조예지 / Cho Yejee / 趙藝只 / 인스타그램 @yjbono_film
작가 이력
2014 <project ZEBRA 아트페어>에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네>출품(예술공간 봄/ 수원)
2014 <LUSH 화를내다> 퍼포먼스 참여 (올림픽공원/ 서울)
2016 <꽃이없어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상상친구들> (세종대갤러리/서울)
2018 <Piano & Art> 라이브 페인팅 참여 (세종대학교/ 서울)
2019 <Scratch: 한 획을 긁다> <SJ house>(세종대갤러리/서울)
2019 <끝맺음> <새로운시작> (단지커피/ 서울)
2019~ 월간전시
2020 3.20-4.1 <월간작업 2회 : 해치울겁니다> / 이초인X김승태X나름진*조예지X류재라*윤예린XONSI / 월간작업 주최 / 예술공간 봄(수원)
나름진 / nareum-jine / 裸凜鎭 / 홈페이지 nareum-jine.com / 인스타그램 @nareum_jine
작가 이력
2018 세종대 회화과 한국화전공 졸업
2014 <project ZEBRA 아트페어>에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네>출품 (예술공간 봄/ 수원)
2017 <위치감각> 벼농민*김혜진 (세종대 광개토 지하 갤러리/ 서울)
2018 <외상 속 외상>나름진 (단지커피/ 서울)
2018 <2018우수졸업작품전> 단체전 (동덕갤러리/ 서울)
2018 < osososo > 오영솔*나름진*최진호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186-113 2층)
2018 전국 미술대학 졸업작품 100선정 (월간미술 1월호)
2018 <위대할 애송이> 단체 아트페어 (사각사각 플레이프/ 서울)
2019 2.15-11.30 바통터치 릴레이 프로젝트 기획
2019 8.9-9.27 <알칵질_하다> 예달하*나름진 (단지커피/서울)
2019~ 월간작업
2019 11.28-12.1 <월간작업 1회 : DUMMY더미> / 이초인*김현경*미야*나름진 / 월간작업 주최 /낙랑파라 마포구 망원동 435-2
2020 3.20-4.1 <월간작업 2회 : 해치울겁니다> / 이초인X김승태X나름진*조예지X류재라*윤예린XONSI / 월간작업 주최 / 예술공간 봄(수원)
[기타]
월간작업 팀 소개 :
월간 작업(MONTHLYWORK)은 작가의 작업 방법에 변주를 주고자 하는 콜렉티브입니다.
우리는 작가의 창작활동에서 반복되는 습관적 검열에 대해 질문합니다.
우리는 주제를 코딩을 통해 무작위로 지정하고, 작업하여,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월간작업은 작가가 작업 중 마주하게 되는 검열의 문턱을 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월간작업은 현재 10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작가, 디자인, 기획으로 나뉘어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