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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시리즈7
작성자 봄의제전 (ip:)
  • 작성일 2018-07-18
  • 추천 21 추천하기
  • 조회수 323
평점 0점

2018년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시리즈도 절반을 넘겨 벌써 7회째의 공연이다.
그 어느 때보다 1층 로비는 분주했다.
피아노협주곡이 있는 날엔 보통 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 같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입장을 한다.
초등학생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객석이 거의 꽉 차 보인다.

분주함도 잠시.
객원지휘자 로베르토 밍크주크(Guest Conductor _ Roberto Minczuk)가 등장하고 
1부 첫 곡인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이 시작된다.
이 곡은 러시아 고전음악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미하일 글린카가 1837~1842년에
작곡한 5막 8장의 오페라 서곡이다.
원작은 러시아의 대문호인 푸시킨의 작품이며 1829년 러시아 민간전승에서 취재한
동화풍 담시 「루슬란과 루드밀라」 를 기초로 하여 작곡되었는데
악마에게 납치된 공주 류드밀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 용사 루슬란의 이야기이다. 

힘차고 빠르게 질주하는 경쾌한 도입부는 방송용 시그널 및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여
클래식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이라도 친숙한 곡이다.
지휘자의 지휘봉 아래 절도있게 움직이는 바이올린의 모습은
질주하는 기관차와 엄청난 전쟁 속에서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활과 총알이 떠오르기도 했다.
언제 들어도 우울한 순간이 없는 이 여름에 어울리는 신나고 에너지 넘치는 곡이었다.

차이콥스키 _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내림 나단조, 작품 23
곧바로 피아노가 등장하고 무대가 분주해진다.
차이콥스키는 유작인 3번(1악장만 완성)을 포함하여 총 개의 협주곡을 작곡했다.
오늘 연주될 1번은 1874-1985년의 겨울에 걸쳐 작곡되었다.

이제 연주가 시작된다.
협연자는 17세의 네이슨 리.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17세보다 조금 더 앳되 보이는 모습의 그는 프로그램에 실린 사진 속 모습과 거의 같았다.

이 곡의 심볼과도 같은 1악장 첫 음이 울린다.
호른의 힘찬 울림에 이어 피아노는  서러움을 토하듯 격정 속에서 등장한다.
피아노는 쉴 새 없이 문장을 타이프하는 것 같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타이핑하는 그 순간 튀어 오르는 은빛의 금속활자판들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파편이 된다.
오케스트라 전체는 하나로 응집되어 온몸으로 부딪힌다. 
차이콥스키가 러시아 작곡가임을 부인할 수 없는 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했던 카덴차는 전체적인 연주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붓끝에 매달렸던 먹물 한 방울이 드디어 화선지에 떨어져 먹물을 퍼뜨리는 느낌이랄까.
카덴차와 화려하고 웅장한 코다로 1부가 끝나서 그런지 여기저기 박수 소리가 많이 나왔다.

이어지는 2악장.
현악기의 피치카토에 이어 플룻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나비 한 마리가 춤을 추듯 평화로운 느낌이다.
또 한 마리의 나비가 나타나 이제 짝을 만나 기쁨의 춤을 추고 있다.
그들의 화합을 오보에가 축복해 준다.
피아노는 똑똑 청명한 하늘 아래 빗방울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구름 계단이 되어 오르내리며 동작을 반복한다.
다시 한번 첼로는 플룻의  선율을 반복한다.
첼로와 피아노가 화합하자 다시 등장한 오보에가 모여 기쁨을 노래하고
축제는 계속된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려는 듯 꿈꾸던 피아노는 나비가 되어
꽃잎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앉고 2악장은 끝난다.

마지막 3악장.
빠르고 격렬하게.
3악장은 작곡가의 지시 그대로 빠르고 격렬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음표들이 무수하게 별처럼 건반 위로 쏟아진다.
거침없이 건반을 질주하는 피아니스트와 기다리듯 화답하는 오케스트라의 장엄함은
관객을 이미 압도하고 있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가 대단원의 막을 함께 장식하자
관객에게선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진다.

Scarlatti, Sonata K.141
앙코르는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작곡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K.141.
강렬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곡이었다.
마음 한쪽에 묻어 두었던 슬픔을 건드린 느낌이랄까.
묘한 슬픔과 격정이 마음에 인다.

조금 더 뜨겁고 조금 더 가슴을 울렸던 연주를 바랐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17세인 점을 생각하면 어쩌면 최상의 연주였는지 모른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연습량과 열정으로 이 자리에 섰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멋지게 해준 네이슨 리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2부.
쇼스타코비치 _ 교향곡 제10번 마단조, 작품 93
그의 교향곡 제10번은 1953년 3월 5일 스탈린이 사망한 후에 빠른 속도로 쓰기 시작해
그해 가을 완성되었다고 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살벌한 정치적 음악 검열 속에서 음악을 지속하기 위해
당의 입맛에 맞는 곡을 써야 했다.
스탈린의 독재와 경직된 사회 분위기는 그의 예술혼을 옥죄었다.
그랬던 그에게 스탈린의 죽음 후 완성된 10번은 이전과의 곡들과는
달랐을 것이다.
음악은 그것을 음악으로 보여준다.

1악장
절망적이고 우울하며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사라진 도시, 죽음, 절망,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현악기의 고독한 울림에서 느낀다.
클라리넷 솔로의 나직함 뒤로 점차 증폭되는 오케스트라는 거의 절규에 가깝다.
예술가로서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숨죽이며 작곡을 해야 했던 자신의 또는
그러했던 사회의 암울했던 모습을 음악 속에 투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2악장
온몸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던 2악장.
1930년대 소련, 스탈린 체제하에서 3천만 명이 숙청당한 공포를 보는 듯했다.
쇼스타코비치와 스탈린을 떼어 놓고 보더라도 이 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점은
음악이 만들어주는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놀라움이다.
지휘자와 하나가 된 오케스트라는 전쟁을 앞둔 군대의 모습 같았다.
휘파람을 불며 오만하게 걷는 스탈린의 모습에 복종하는 군대의 행렬.
인간 본성과 감수성이 제거된 복제 인간이 떠올랐다.
쇼스타코비치는 죽기 직전 이 악장의 스케르초가 스탈린에게 바친 것이었음을
회고록에서 고백했다고 한다.

3악장
2악장의 잔상이 너무 강한 탓일까.
3악장이 시작되고 분위기가 전환된 바이올린의 소리는
미치광이의 웃음 같이 느껴져 서늘하게 만들었다.
피리를 불면 주전자 같은 곳에서 뱀이 머리를 들고 기괴한 형상으로
스믈스믈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러나 정작 내 느낌과는 달리 쇼스타코비치는 3악장에 사랑했던
제자의 이름 엘미라 나지로바의 이름을
E(미)-A(라)-E(미)-D(레)-A(라) 선율로 넣어 영원한 사랑을 표현했다고 한다.
플룻의 속삭이듯 전하는 몇 마디의 말과 함께 3악장은 끝난다.
 

4악장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어둡고 암울함을 만들고
이어지는 목관악기의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다.
모든 오케스트라가 동원되었을 땐 점점 격렬해지는 무곡과 같았다.
이것은 그루지야의 춤곡인 고파크(gopak) 풍인데 그루지야는 스탈린의 고향이기도 하다.
플릇과 오보에 솔로는 소리를 집중시키고 오묘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클라리넷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밝게 전환되고 기대, 기쁨의 느낌이 든다.
어둡고 무거웠던 분위기에서 힘차게 뻗어 환희를 부르고 웅장하게 끝이 난다.

관객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지휘자와 대전 시향에 보냈다.
개인적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명곡, 명연주였다.
지휘자는 앙코르로 2악장을 다시 연주했고 객석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끊임없는 박수로 대신했다.

객원지휘자 마티아스 바메르트와 대전시립교향악단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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