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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공연, 즐거웠던 공연... 기대와 즐거움을 나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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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6 – ‘평화를 위한 기도-전쟁 진혼곡’
작성자 봄의제전 (ip:)
  • 작성일 2018-07-01
  • 추천 30 추천하기
  • 조회수 362
평점 0점





관람일 : 2018. 6. 26(화) 19:30  
장   소 :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지   휘 : 제임스 저드(James Judd)
협   연 : 
소프라노 _ 부주 한지, 테너 _ 미르코 크리스티아노 과다니니, 베이스 _ 이응광
대전ㆍ전주ㆍ천안시립합창단, 대전극동방송어린이합창단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1913-1975-6)의 '전쟁 레퀴엠'은
1962년에 완공된 코번트리 성당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 의뢰를 받고 작곡한 곡으로
그해 5월 30일 초연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히틀러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영국 코벤트리시의
미카엘대성당의 재건은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평화를 기리기 위한
상징적인 건축이기도 하다.

이 곡은 총 6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을 비롯해 성인합창단, 어린이합창,
오케스트라, 실내악의 대편성곡이다.
무대에 등장한 연주자들과 협연자들의 모습은 스케일 만으로도 과히 압도적이어서
많은 기대가 되었다.

전쟁의 현장을 고발하고 참혹함을 묘사하는데 음악으로도 과히 충분할 정도인데
합창과 솔리스트의 목소리는 온몸을 전율시키고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가
호흡을 고르게 하며 기나긴 여정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전쟁터라는 잔혹한 현장과  죽은 자들의 영혼이 힘겹게 잠들어 있는 고요로 가득 차 있는 알 수 없는 곳.

브리튼은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그것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고발했던
알프레드 오웬(1893-1918)의 유작시에 곡을 붙였다.
레퀴엠(Requiem)은 기독교에서 ‘죽은 이를 위한 미사(위령미사)’에 연주되는
가톨릭 전례문을 쓰는 것이 전통이었지만 브리튼은 전통적 레퀴엠 가사와 함께
과감하게 영시를 사용했다.

총 6악장은 아래와 같다.
I. Requiem Aeternam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II. Dies Irae (진노의 날)  
1. Dies Irae (진노의 날)  
2. Tuba mirum (최후 심판의 나팔소리)
3. Liber scriptus (적혀진 책은)  
4. Quid sum miser (가엾은 나)
5. Rex tremendae (위엄의 왕이시여)
6. Recordare (자비로운 예수여)
7. Ingemisco (나는 탄식한다)
8. Confutatis (심판받은 자들 불꽃에서)
9. Lacrimosa (눈물의 날)

 
III. Offertorium (봉헌송)
 IV. Sanctus (거룩하시다)
Ⅴ. Agnus Dei (하나님의 어린양)
Ⅵ. Libera me (구원하소서)


1악장
 Requiem Aeternam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총 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요함으로 시작되어 긴장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모든 악기가 팽창하고
증폭하여 불안감을 만들어 냈다.
거대한 풍선이 공중으로 서서히 떠올라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다
예측하지 못한 장소에서 엄청난 폭발음을 내며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합창의 시작은 이 거대한 이야기의 무게감을 말해주는 듯 공간을 압도한다.

이어지는 어린이의 합창은 오랜 시간 암흑에서 깨어나지 못한 공간에
생명의 존재를 알리며 터져 나온 한 줄기 빛의 등장과 같았다.
현악기의 반복되는 음은 죽음과 파괴라는 비극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라는 경고의 메세지처럼 육신과 정신을 휘감는다.
이어지는 테너의 독창과 실내악 구성의 연주는 개별 악기의 또렷한 음색으로
이야기를 묘사하며 관객을 집중시켰다.
공연장 우측과 좌측 스크린엔 노래의 가사가 한글 자막으로 보여 이해를 돕는다.


2악장 Dies Irae (진노의 날)  
전체 악장 중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는 2악장은 9개의 합창, 솔로, 솔로와 합창, 합창, 바리톤 솔로,
합창과 소프라노 솔로, 테너 솔로, 합창의 마무리로 구성된다.
지루할 수 있는 이 부분은 합창이나 독창의 뛰어난 역량을 배제하더라도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의 다양한 음색의 변화로 지루할 틈이 없으며
곡 자체가 주는 장엄함과 웅장한 스케일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이미 나의 정신은 음악이 펼쳐준 미지의 세계로 더욱 멀고도 긴 여정 속에 있었다.
특히 합창은 소름이 끼칠 만큼 클라이맥스로 거침없이 전진하며
화염 속에 꺼져가는 작은 불씨처럼 급격하게 소강 되기도 했는데
거기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테너 솔로와 바리톤 솔로의 합창 그리고 화답하 듯 노래하는 어린이 합창단과의
하모니 역시 독특한 조합이었다.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을 했을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합창과 소프라노 솔로가 라크리모사를 부를 땐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여운이 남아있음을 느낀다.
음악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3악장 Sanctus
모두 4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라틴어 성가와 오웬의 시  
"The Parable of the Old Men and the Young." 를 노래하고 연주한다.
이 시엔 자기 나라의 자녀를 전쟁터에 보낸 지도자들에 대한 오웬의 비통함이 담겨 있다.
대전극동방송어린이합창단의 맑고 평화로운 음색과 합창, 바리톤과 태너의 솔로는
엄숙하고 진지하며 오케스트라와 실내악단은 전투에서 희생된
그들의 영혼을 영원한 안식에 들게 하는 신의 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하프소리와 어린이 합창단은 따뜻했으며 평화를 구하는 기도와 같았다.
음악 속에 몰입되어 경직된 어깨를 이완시켜주는 느낌이 실제로 들기도 했으며
긴 심호흡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4악장
Sanctus (거룩하시다)
개인적으로는 4악장은 난해하게 느껴진 악장이기도 했다.
스크린에 비춰진 노래 가사가 마음에 잘 와닿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오웬의 시를 음미하고 느낄 수 있었다면 더 풍부한 감상이 되었을 것이다.
종교적인 이해와 전쟁에 관한 오웬의 절규에 가까운 시를 이해하기에는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주는 시각적 영향은 대단했다.
4악장이 시작되고 소프라노 뒤에 이어 나온 합창 부분 때문이었다.
작은 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하여 밀도와 부피가 늘어나
하늘을 모두 덮을 것 같은 구름처럼 떠올랐다가 일순간 흩어져버리는
모습이 뇌리속에 그려졌다.
그 순간 관람객의 모든 시선이 지휘자의 손끝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거룩, 거룩, 거룩 만군의 주 하나님
하늘과 땅이 당신의 영광으로 넘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신 이에게 축복 있을지어다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


소프라노 솔로와 합창의 엄숙하고도 위엄있는 목소리는
종교를 초월한 평화의 메세지처럼 다가왔다.


5악장 Agnus Dei (하나님의 어린양)
부드럽고 따뜻한 테너의 목소리를 실내악이 감싸주고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화답하듯 등장한다.
'테너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합창은 '하나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지시고,
저들에게 안식을 주시네'를 반복한다.
테너는 경건하고 차분하게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라 노래하며 5악장은 끝난다.


6악장  Libera me (구원하소서)
라틴어 사도문과 오웬의 가장 유명한 시 '이상한 만남', 어린이합창의 라틴 성가,
테너의 '마지막 평화 기도'로 이 장대하고도 웅장했던 전쟁레퀴엠은 끝이 난다.
합창은 무겁고 암울하며 절규하듯 노래하고 오케스트라는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이어 등장하는 소프라노와 함께 합창은 더욱 격정으로 치닫는다.
'리베라 미', 합창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그 말은 참혹한 날,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이다.

이어 테너는 오웬의 가장 유명한 시 '이상한 만남'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나는 전장 밖으로 도망친 것 같았다
오래전에 패인 깊고 답답한 굴 밑으로
엄청난 전쟁이 만들어낸 화강암 사이로


시를 낭송하듯이 테너의 부드럽고 쓸쓸한 노래에
바리톤 솔로가 시작된다.
클라리넷과 오보에, 바순은 그의 이야기에 동조하듯이 반응한다.

나의 친구여, 나는 당신이 죽인 그 적입니다
당신이 찡그렸기 때문에 나는 이 어둠에서도 당신을 알아봤습니다
당신이 어제 나를 쿡 찔렀습니다
나는 슬쩍 피했습니다
하지만 내 손은 혐오스럽고 차갑습니다

태너와 바리톤, 어린이 합창, 소프라노 솔로가 이어진다.
길고 잔인했던 전쟁이 끝난 후 모든 것이 파괴되고 끝난 암울한 장소가 그려진다.
죽은 병사와 폐허가 된 길 위를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바라보는 기분이다.
모두가 죽은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를 한다.
그들이 평화롭게 숨쉬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멘'과 함께 숨죽은 듯 서서히 막을 내린다.

지휘자의 손이 완전히 내려오고도 감동의 여운이 참 길었다.
대작을 통해 만난 음악이 주는 전율과 카타르시스는 글로 다 담아낼 수 없다.
이번 공연을 통해 지휘자 제임스 저드와 대전시향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행운의 시간이었고 감사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벤자민 브리튼이 얼마나 위대한 음악가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오래오래 기립박수를 쳤다.
가슴 안에 많은 것을 안고 귀가했다.
평화와 사랑, 그리고 이 땅의 위대한 음악가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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