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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한민국연극제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작성자 봄의제전 (ip:)
  • 작성일 2018-06-29
  • 추천 27 추천하기
  • 조회수 267
평점 0점




작품명 : 아버지와 나와 홍매
관람일 : 2018년 6월 26일 오후 4시
연출 : 오설균
작가 : 김광탁
극단 : 청춘(광주)
장소 :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 홀

6월의 늦은 하순 시작된 장맛비를 맞으며 공연장에 도착했다. 
시간에 겨우 맞춰 입장하여 연극은 바로 시작이 되었다.
객석엔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제법 보였다. 
무대엔 몇 그루의 나무와 마당, 마당 한구석에 있는 평상
그리고 마루가 있는 시골집이 보인다.

완고해 보이는 이북실향민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 그리고 작은아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극의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들이 둘인 이 집안에서 형은 머리가 좋아 좋은 대학에 가고 미국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만
작은아들은 농고를 나와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살다 장가를 가 분가를 했다. 
형에 비교해 초라해 보이는 동생은 늘 형 밖에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로 남겨진 듯 보인다.

그렇다고 대놓고 부모님을 원망할 만큼 모난 아들도 아니다.
언제나 강인하고 완고할 것 같았던 아버지는 암에 걸리고 병이 악화되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와의 시간을 보내며 
어머니와 막내 아들, 그리고 며느리는 아버지를 보살핀다.

아버지는 수시로 약 먹는 시간을 챙겨야 하고 사소해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주변 사람을 귀찮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간병하는 이들은 지쳐가고 예민해진다. 
대소변 조차 자신의 힘으로 볼 수 없어 아내에게 의지하는 아버지는 얼마남지 않은 삶을 직감하며
마당 앞에 심어 놓은 홍매를 보며 살아온 날들을 돌아본다.
홍매는 아버지가 젊은 날 아내를 위해 심었던 나무이다.

점점 병이 깊어지고 고통이 심해질 때 간성혼수(간 기능이 저하되어 생기는 의식 상실 상태)가 
찾아오고 그로 인해 이웃에 큰 해를 
입힐 뻔한 사건이 나타나자 아들과 며느리는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자고
어머니에게 말한다.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어머니와의 갈등에서 다툼이 시작되고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마음 안에 있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을 털어놓는다. 
어머니는 이때 형 앞으로 된 집문서 안에 아버지가 남겼던 편지의 내용을 이야기하며
작은아들을 더 생각했던 아버지의 속마음을 대신 전해준다.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아들은 마음을 열고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이제 병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도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아버지는 마당으로 나가 홍매를 보고 싶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가뿐하게 업고 마당을 거닐며 지난날을 추억한다.
보름달이 밝게 떠오른 그날 밤 아버지는 홍매나무를 바라보다 아들의
품에서 잠이 든다. 깨어나지 않을 잠으로.
그렇게 달이 진다.

긴 병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야 할 아들과 며느리는
마치 여행길이라도 오르는 것처럼 밝고 경쾌해 보인다.

연극 도중, 연극이 끝났을 때 눈물을 훔치거나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객석을 빠져나오는 사람이 몇 있었다.
나는 극의 막이 내려올 때 돌아가신 친할머니를 떠올렸고 작년에 돌아가신 친척과 그의 아들 며느리가 떠올랐다.
모두 비슷한 풍경이었다.

작가는 이 작품이 이 시대의 아버지들에 대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극을 썼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보통의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될 이야기일 수 있다.
늙고 병든 아버지와 그 아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대단히 전형적인,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몸이 아픈 탓에 아내에게 의존하고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해 짐짝처럼 되어버린,
불쌍하고 안타까운 극중의 아버지는 지금 시대 아버지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우리가 너무 익숙한 나머지 종종 잊거나 방치해두는 노년의 아버지와
그를 둘러싼 가족의 모습을 연극은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고,
관객으로 하여금 이미 돌아가셨거나 살아계셔도 말수가 적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관객들의 시선을 빨아들였다.
장년층 관객들은 특별히 몰입하여 감상하는 것 같았다.

극 중의 아들은 아버지에 대해 잘난 형과 비교되는 것에서 오는 서운함,
충분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서운함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은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동생을 형 못지않게 아꼈다는
아버지의 편지 이야기를 어머니와 아내를 통해 전해들으면서 해소된다.
평생을 안고 살아온 말 못 할 오해와 가슴 속의 서운함은 뒤늦게 해소되는데,
이 또한 아버지와 아들뿐 아니라 부모자식 사이에서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보는 것들이다.

다소 평범하면서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나 이웃집 박 씨와 같은 감초 역할은
보는 이들에게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누군가의 딸 혹은 아들로 태어나서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로 죽어가는 것이
많은 사람이 피해갈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라면,
그 운명을 돌아보는 시간은 뜻깊은 시간일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그런 시간을 우리에게 지긋이 펼쳐준다.

첨부파일 아버지와나와홍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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