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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훈성] 사는 동안과 죽은 다음의 연극적 인간 : 2016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대전 편
작성자 대전공연전시 (ip:)
  • 작성일 17.07.31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868
평점 5점

 

사는 동안과 죽은 다음의 연극적 인간 : 2016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대전 편


∙때 : 2016년 6월 25일~2016년 6월 30일

∙곳 : 소극장마당

∙참여극단 작품 : 극단놀자, 「멸망」

                극단도모, 「처우」

                극단 치악무대, 「내사랑사북」


조훈성(공연축제평론가)



“모든 연극은 그 극이 대상으로 하는 관객과 그들이 연극을 보러 가는 이유에 상당히 의존한다. 그리고 이 연극이 연기와 대사 전달의 측면을 나타내는 방식은 극이 올려지는 극장이 좌우한다.” // 주석 : J.L. Styanp(장혜전 역), 󰡔연극의 경험 The Dramatic Experience󰡕 , 2002, 소명출판, p.27. //  지난 6월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을 들여다보면서 퍼뜩 든 생각이었다.  


필자는 이미 지난 2015년 <대한민국소극장 열전>(이하 ‘대.소.열’) // 주석 : ‘대한민국소극장열전’은 2012년을 시작으로, 부산(극단 어니언 킹), 대구(극단 한울림), 구미(문화창작집단 공터_다), 전주(극단 명태), 춘천(극단 도모), 광주(푸른연극마을), 대전(극단 놀자), 안산(정의로운천하극단 걸판) 등 8개 지역 극단이 대표작을 가지고 각 지역 8개 소극장을 순회 공연하는 축제다. // 에 대한 그 의의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기고한 적이 있다. // 주석 : 조훈성, 「극장열전의격과동시대적연극-2015년제4회대한민국소극장열전에서」, 󰡔한국연극󰡕471호, 한국연극협회. 2015. //  그러므로 올해 다섯 번째를 맞는 2016년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었고, 지난 여름처럼 ‘대.소.열’의 출품 작품을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올해 지역별로 3~4개 작품으로 나눠 상연하는 작품(총 9개 지역, 12개 작품으로 구성, 지역 별로 순회 후, 7월 12일~17까지 전북 전주에서 전체작품 총화), 대전 지역에서 상연되는 작품을 중심으로 그 작품 경향과 지속가능한 연극축제의 발전적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전에서는 ‘소극장 마당’에서 극단 놀자의 「멸망」과 극단 도모의 「처우」, 극단 치악무대의 「내 사랑 사북」등, 이렇게 세 편의 작품이 초청되어 공연되었다. 예년에 비해 올해 ‘대.소.열’의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참신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그 수준이 우수했다는 평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상영된 작품은 그 소재의 시의성이나 드라마 구성과 연출에서 어떠한 차별적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연극에서의 ‘허구’의 가치는 그것이 표상하는 세계를 통한 상상력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때 나타나진다. 즉, 연극 안에서의 ‘인물’은 허구를 창조해내면서도 개개인의 힘이 무력한 상황을 연극을 통해 고발하고, 그 허구의 세계를 드라마-텔링(Telling)이나 이미지화를 통해 ‘리얼리티’로 치환시켜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연극에서의 ‘말하기’나 어떤 ‘이미지의 표상’은 ‘사실’을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그 드라마의 긴장을 실제에 대한 긴장으로 바꾸기 위해 저마다의 새로운 소통 방법, 연극으로서 재현하고자 한다는 말이 된다. 이번 대전에서 상연된 ‘대.소.열.’의 작품들은 어떠한 말하기 방식이나 이미지화로서의 장면 연출이든 간에 개인 욕망의 내면에서 들여다보이는 인간 존재의 어두운 그늘, 외부의 권력이나 억압적 세계와 맞닥뜨렸을 때의 보편적 인간상 속에서 소외(疏外) 의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인물의 다양한 체현 속에서의 세계에 대한 결핍 양상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극단 도모의 「처우」는 김유정의 소설 「소낙비」(춘호와 춘호처, 이주사), 이상의 소설 「날개」(*「처우」에서 ‘아내’는 ‘춘심’) , 김동인의 「감자」(복녀)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그 관계 지향을 이미지화하는데 있어서 세 갈래 ‘나무다리’와 교차점에서 그 여성으로서 공유되는 ‘씻김’의 ‘샘’을 의미, 기호화하고 있다. 이 위태로운 다리는 세 여성의 불안한 경계를 분리 구획하면서도 ‘매춘’ 상황을 한 데로 연결시키고 있다. 이는 ‘처우(凄雨)’라는 제목에서처럼 ‘슬프고 쓸쓸하게 내리는 비’가 가진 언표를 통해 ‘자본’이 만든 ‘매춘’을 비단 자본에 의해 빼앗긴 윤리 의식이나 억압적 세계에 놓인 비극적 ‘여성성’의 발현에만 머물지 않고, 수용 관객에게 결정적 경제구조 안에서의 자기 대칭적 위치를 주체적으로 확인하게끔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한편 극단 놀자의 「멸망」은 출판계약을 위해 작가의 사무실을 방문한 서로 다른 출판사 직원들(문화출판사 편집장, 男 / 창조출판사 과장, 女)에게 작가가 자신의 저작을 맡길 출판사를 결정하기 위해 엉뚱한 제안을 하며 드라마가 전개된다. 작가의 이 엉뚱한 제안이야말로 이 작품의 정조를 지시해주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자신이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으므로’라는 전제를 통해 이 시대를 사는 한 개인의 표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또, 출판사 직원들에게 ‘화를 내게끔 하라’는 반강제적 요구는 곧 기계사회의 동아리에서 소품화된 존재로서의 반성을 통해 자기 삶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은유적 인물로서 존재 가능하게 한다. 한편 작가의 고립된 집필실에서의 글쓰기는 ‘소외’에서의 ‘자독(自瀆)’ 행위로 외부에서 온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그 정조를 확장시키고 있는 셈이 된다. ‘화’를 낼 수 있도록 의도된 ‘괴롭힘’으로 즉시적 자극을 보여주는 장면은 개인의 소외 상황으로 인한 고통을 보여주면서 본원적 존재의 상징성을 표면화시킨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연극적 공간은 그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존재 조건, 인간 상호 간의 관계와 갈등, 그리고 행위로써 갈등을 해소하는 드라마의 법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면서, 거대한 사회에 의한 주체의 해체와 그 주체의 위기의식은 내부에서부터 파열음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극단 치악무대의 「내사랑 사북」은 이옥수 작가의 동명 원작소설을 재창작한 작품으로 1980년 강원도 사북에서 일어났던 사북항쟁 // 주석 : ‘사북탄광노동항쟁’은 1980년 4월 21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위치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광부들이 회사 입장에 서서 임금인상을 결정한 어용노조의 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며 투쟁을 벌이자 동원된 경찰들과 충돌하게 되고, 그 가운데 광부 한 명이 경찰차에 깔려서 부상을 입는다. 이에 흥분한 광부들에 의해 한 명의 경찰이 사망하였으며, 광부들이 사북지역을 장악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항쟁 지도부 역할을 한 이원갑·신경을 중심으로 20여명의 협상단이 꾸려졌고, 이들은 4월 22일 오후 인근 삼척탄좌 사무소에서 정부 측 대책위원들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지루한 협상 끝에 24일 아침 11개항의 협상안이 타결되었다. 한편 합의서에는 주동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있었지만, 군·검·경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현지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기다린 뒤 5월7일 70여명의 광부와 부녀자들을 연행해 가혹한 구타와 고문을 가했다. 그 가운데 이원갑·신경을 비롯한 25명이 보통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사북항쟁은 고립된 지역에서 일어난 우발적이고 비조직적인 싸움이었지만 80년 봄의 노동운동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북항쟁이 끝나자마자 중화학공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격렬한 형태로 터져나왔다. 사북항쟁은 이후 오랫동안 폭동으로 취급되었으나 지난 2005년 사건의 주역인 이원갑씨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바 있다. // 을 담고 있다. 사랑에 눈뜬 사춘기 소녀 수하의 감성은 ‘사북탄광 광부’의 ‘그날’을 환기시키고, 잊혀진 그날의 기억, 석탄광부로서 사는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수하’를 통한 ‘삶’의 즐거움과 대비되는 ‘속박’ 상태에 있는 인물군은 ‘광부’가 과거의 지난 산물로서가 아니라 동시대적 하나의 표상으로서 출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시대의 연극에서 어제의 탄광 노동자들이 호출된 것은 이 시대 맥락에서 그 인물군의 삶의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다시 환기될만하기 때문이다. 그들 공동체의 ‘어제(과거)’의 일상적 삶 속에서 그 연극을 보는 관객은 오늘 회복되어야 할 시대정신을 밝히게 된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적 기억을 되새김하면 어떠한 체제의 관행과 부정 모순 속에서 상식을 만들기 위한 연극적 ‘기억’의 재현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단지 어제의 회상 르포르타주가 아니다.


석탄 광부를 통해 동시대 현대인을 투사하면서 현 체제 권력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로써 현실인식의 단초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의 어느 싸움의 기록은 그것이 어느 때, 어느 지역에서 나타났었는지, 그리고 그 탄부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난한 삶의 기억 속에서 어떤 공동체적인 고유한 사고들이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를 짚어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바라봐야할 점은 ‘탄광’이란 장소와 ‘사북’이란 지역을 회사와 국가가 화폐와 시간으로 지배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그 탄광노동자들은 국가와 회사가 내세우는 그들의 ‘단일화’ 논리를 불식시켜 왔고, 그 연극적 세계를 통해 일정한 ‘장소’(억업 현실)를 그들이 바라는 ‘비(非)장소’(해방 현실)로 명확히 존재하게 했다. 바로 그러한 장면이야말로 소외의 고리를 끊는 정치의 장이 될 수 있게 한다. 탄광은 광부에게 어떤 장소였는가, 탄광에서 과연 무엇이 사고되었고, 또 무엇이 지속적으로 추구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서 어쩌면 잃어버린 정치의 장소를 되찾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극은 ‘탄광’의 아픈 역사의 기억을 통해 ‘지역’과 ‘가족’의 미래를 지속되는 삶의 고리로 잇고 있는 것이다.


2016‘대.소.열.’(대전)에서 시대와 공간을 가로질러 묶을 수 있는 것, ‘시대정신’앞에 ‘무거운 과거’와 ‘강요된 미래’ 속에 ‘소외된 주체’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연(公演)한다’를 한자를 푼다면, ‘공(公)’이란 한자는 ‘八’과 ‘口’가 합쳐진 단어로서 여덟 문으로 통하는, ‘공공’의 ‘장’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 ‘물(水)’, ‘寅(당기다)’란 단어가 합쳐진 ‘연(演)’이란 단어를 연결한다면, ‘공연한다’는 것은, ‘통로로서 광장에 행하여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의 ‘소극장’이 그러한 광장을 마련할 수 있다면야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언젠가 세상은 연극이 될 것이다’라는 정언적(定言的) 확신이 보다 확고해지기 위해서는 그 연극을 매개로 동시대적 메시지조차 소비 수용될 수 있는 ‘의미의 재미’가 그 ‘장소’에서 마땅히 찾아져야 하고, 소극장다운 ‘장면’의 형상화에 대해서도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거기에 스스로 ‘좋은 연극’을 보여주기 위한 출연작 선정이란 외부 긴장 속에, 극장 안의 빈 관객석에 대한 불안에 갇혀 있기보다 ‘소극장’에서 얻어지는 연극과 관객의 감성과 정서가 공유될 수 있는 공간을 알리는데 보다 투기적이면서 적극적인 축제환경 조성이 요청된다.


소극장연극 열전의 주체로서 ‘공동체적 전국 연극조직’이 단일한 내부의 척도를 잣대로 어떤 폐쇄적 형태를 띠는 것에 우려를 갖는다. 그렇다고 그 공동체가 소박한 낭만적 울타리로서 존재한다는 뉘앙스 역시도 이 연극제의 향방에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하이데거 식으로 ‘내부성’과 ‘외부성’이란 ‘공간성’의 차이, 또는 그것과 결부된 것으로서 동질성과 이질성의 구분, 정체와 변이의 차이, 존재와 생성의 차이를 주목하면서 어느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공동체가 외부적인 것, 이질적인 것에 대해 얼마만큼 열려있는가, 그로 인해 야기되는 변화에 대해 또 얼마만큼 열려있는가 하는 것이다. // 주석 : 이진경, 「공동체주의와 코뮨주의」, 그린비, 2013. p.557. 인용. // “처음부터 여러 중심들”에서 시작한 이 연극제가 바로 대안적 예술사회를 구성하는 출발이자 희망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조훈성(문학박사, 공연축제평론가)

문학박사(「마당극의 사회의식 변화에 관한 연구 : 대전ㆍ충청지역을 중심으로」 (공주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논문, 2013)

前, 사)한국민족극운동협회 <민족극과예술운동>편집장

現, 공주대학교, 한밭대학교 출강.

現, 공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現, 민족극예술연구소 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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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저작권자인 (사)대전민예총의 허락을 받아 동 기관이 2016년 발간한 "대전연극 비평과 리뷰 : 무대와의 불화"에서 평글 전문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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