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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공연, 즐거웠던 공연... 기대와 즐거움을 나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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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시리즈 3 '말러, 죽음에서 벗어나 생명을 노래하다!'
작성자 봄의제전 (ip:)
  • 작성일 2017-03-28
  • 추천 29 추천하기
  • 조회수 446
평점 0점

관람일 : 2017.03.17.19:30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Symphony No.3 by Gustav Mahler
Composer: Gustav Mahler (1860-1911 : Germany)
Conductor: James Judd
Ensemble: DaeJeon Philharmonic Orchestra



말러의 교향곡 중 연주시간이 가장 긴 교향곡 3번.

1895년부터 1896년까지 말러의 여름 휴양지인 슈타인바흐에서 완성되었다는

이 작품은 지휘자에 따라 연주 길이가 무려 95분에서 100분이 조금 지날 정도로 길다.

보통의 클래식 교향곡 중에서 이보다 긴 곡은 없었던 것 같다.

악장도 6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악장과 5악장(여성합창과 소년합창)은 합창이 있어

평소 공연장에서는 접하기 힘든 교향곡으로 많은 기대를 안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벌써 로비에는 클래식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지휘자가 등장하자 분주했던 공연장은 이내 진지함과 기대감으로 채워졌다.


1악장<힘차고 단호하게>

ⅠAbtheilung

Ⅰ. Kräftig. Entschieden(1. 힘차고 단호하게)

"Pan Awakes, Summer Marches In"(“목신이 잠을 깨고 여름이 행진해 오는 것”) 


목신이 잠을 깨고 여름이 행진해 오는 것

악장 중 가장 긴 1악장은 가장 오랫동안 쓰인 악장이다.

여름이 깨어나는 팡파레의 서주로 힘차게 시작한 호른의 울림은

마치 태초의 대지를 깨우는 신의 목소리와 같았다.

힘차면서도 경고의 음 같기도 한 호른의 소리에 화답하는 오케스트라는

순응하는 자연의 모습과 닮았다.

오보에의 손길에 부드러운 바이올린 독주의 선율은 서늘했던 공기를

환기 시키는 따뜻한 햇살 속 바람이 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거대한 숲에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갯짓을 하듯.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절묘한 하모니는 시간이 무서운 속도로

지나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트럼본은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로 전환한다.

암시, 경고, 조금은 고독한 사색을 하는 듯하다가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한다.

튜바를 포함한 일정하게 반복되는 관악기의 음은 어떤 인물을 등장시키는

장면을 떠올린다.

플릇과 바이올린은 오보에를 등장시켜 클라리넷과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1악장에선 굉장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느낌이다.

호른의 지휘 아래 관악기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느낌인데

그야말로 목신이 잠을 깨고 여름이 행진해 오고 있음이 눈앞에 그려진다.

여름의 왕성하고 활기찬 기운이 멋진 클라이맥스로 잘 전해졌던 악장이었다.


2악장<미뉴애트의 템포로 절도 있게>

Entschieden(1. 힘차고 단호하게)

Zweite Abtheilung(2부)

Ⅱ.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2. 미뉴에트의 빠르기로, 매우 적당하게)

"What the Flowers on the Meadow Tell Me"(“들판의 꽃들이 내게 말하는 것”) 


들판의 꽃들이 내게 말하는 것

말러는 2악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것은 내가 작곡한 음악 중에서 가장 편안한 음악이다.

마치 아무 근심 걱정 없는 꽃과 같이. 꽃이 바람에 흔들리듯 음악도 그렇게 흔들린다.

베이스는 가벼운 피치카토를 연주하고 강한 스트록을 쓰지 않는다.

낮은 소리를 내는 무거운 타악기도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꽃의 기쁨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갑자기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강한 폭풍이 초원을 휩쓸고 지나가 꽃과 풀들을 흔들어 놓자 그들은 신음하고 흐느낀다.

마치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이. "


2악장은 산책과도 같다.

평온하고 고요한 들판 길을 걸으며 들꽃이며 이름 모를 야생화에 인사를 건네며

춤을 추듯 길을 떠난다.

템포를 늦췄다 새로운 꽃을 발견할 새면 들뜬 걸음으로 달려가

입을 맞추고 느닷없이 찾아온 하프는 바람이 되어 민들레 홀씨를 살포시 날린다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이곳에 내려두고 지금 이 순간은 꽃들과 노래를 한다.



3악장<서두르지 말고, 스케르초 풍으로

Ⅲ. Comodo. Scherzando. Ohne Hast(3. 서두르지 말고, 스케르초 풍으로)

"What the Animals in the Forest Tell Me"(“숲의 동물들이 내게 말하는 것”)

 

숲의 동물이 내게 말하는 것

3악장은 말러의 가곡 <여름의 작별>을 바탕으로 한 악장이다.

아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숲에 슬픈 사건이 일어난다.

여름의 끝자락에 뻐꾸기가 수양버들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은 것이다.

여기저기서 뻐꾸기를 애도하는 슬픈 피콜로와 클라리넷이 쉴새 없이 지저귀며

아픈 마음을 표현한다.

뻐꾸기의 죽음은 여름의 끝이다.

하지만 이내 사랑스러운 나이팅게일을 기다리며 숲속의 동물들은 즐거워 뛰논다.

멀리서, 저 멀리서 구슬픈 호른만이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무대 밖에서 호른이 연주되었다)

그렇게 쓸쓸하게 여름이 끝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세밀하고 끊어질 듯한 현의 보잉과 멀리서 들여오는 호른의 슬픈 소리에 눈시울이 젖는다.

고요가 끝날쯤 새벽이 지나 잠에서 깬 숲속의 동물들과 새들이 일제히 깨어나는 듯

격정적인 하프가 요동을 치고 호른의 메세지에 엄숙함과 긴장감이 찾아온다.

힘찬 합주와 함께 행진하고 재빨리 어느 지점에 착지하듯 3악장은 끝난다.



4악장<매우 느리고 신비롭게>

Ⅳ. Sehr langsam. Misterioso. Durchaus(4. 매우 느리고 신비롭게)

"What Man Tells Me"(“사람이 내게 말하는 것”) 


사람이 내게 말하는 것

말러는 4악장에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두 개의 노래를 가사로 사용했다.


오 사람들아!

이 깊은 밤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잠들었었고,

이제 그 깊은 잠에서 깨었노라

지금 세상은 깊도다

밝은 대낮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깊도다

밤의 고뇌는 깊지만,

기쁨은 고뇌보다도 더 깊도다

고뇌는 말하길 사라져라!

그러나 모든 기쁨은 영원으로 향하려 하나니

깊고도 깊은 영원으로 향하려 하나니!


4악장에서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님의 목소리는 절대신 앞에서

무력해진 어떤 존재를 보는 것 같은 압도감이 느껴진다.

오보에의 음산하고도 오묘함 가득한 멜로디는 깊은 밤의 정적보다 더욱 깊었다.


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의미를 되찾고 곱씹어 보는 나의 고뇌하는 모습과 닮았다면

너무나 거창한 말일까.


5악장<활발한 속도로 대담하게>

Ⅴ. Lust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5. 활발한 속도로 대담하게)

"What the Angels Tell Me"(“천사들이 내게 말하는 것”) 


천사들이 내게 말하는 것

4악장이 끝나고 깊은 사색에 빠져들려는 찰라 글로겐슈필의 맑은소리가 주위를 환기시킨다.

그야말로 천사들이 막 무대 위에등장한 듯한 멋진 광경이다.

고양,전주,청주시립합창단과 대전극동방송어린이합창단의 멋진 음색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5악장의 부제답게 어린이합창단의 맑은 음색과 합창단의 고운 음색은 천사의 속삭임 같았다.

이 악장에선 인간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죄의 사함을 받아야 하는데

말러는 이것을 십계명을 어긴 베드로의 회계와 천사의 노래를 통해 보여준다.

베드로는 신의 축복 속에 사함을 받고 천사들과 어울려 천국의 기쁨을 누린다.

베드로의 역할은 메조소프라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신성함에서 고단했던 나의 심신도 치유가 되고 있었다.


세 천사가 달콤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네

그 노래는 천국에서 복되게 울려 퍼지고

그들은 기쁨의 환성을 질렀네

베드로는 무죄라고!

주 예수가 식탁에 앉으시어

12제자와 함께 만찬을 하실 때

예수 말씀하시매

너는 어찌하여 여기에 서 있느냐

내가 너를 보매 울고 있구나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리까, 자비로운 주여

저는 십계명을 어겼나이다!

슬픔을 참을 수 없어 울고 있나이다!

제게 오셔서 자비를 베푸소서!

네가 십계명을 어겼다면

무릎 꿇고 주님께 기도하라

오직 영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구하라

그리하면 천국의 기쁨을 얻게 되리라

천국은 행복한 곳이요

천국은 영원한 곳이리라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영원한 기쁨을 약속하시매,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축복이 내려졌느니

<민요 '어린이의 뿔피리' 중에서>



6악장<풍부한 감정으로 느리고 평온하게>

Ⅵ. Langsam. Ruhevoll. Empfunden(6. 풍부한 감정으로 느리고 평온하게)

"What Love Tells Me"(“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What Love Tells Me)

말러는 느린 악장에서 천재적인 감각이 있는 것 같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사람도 말러의 아다지오나 교향곡 3번의 6번을 들으면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는 듯한 아픔을 받게 될 것이다.

실로 아름답다. 너무나 아름답다.

6악장이 시작되자 나는 쉴새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5악장에서 꾹 눌렀던 감정이 6악장에서 나를 주저앉혔다.

어떤 감정이라고 표현해야할까.

나의 이기심, 오만함, 지난날에 대한 후회, 삶의 회한 같은 것이

한꺼번에 밀려와 나를 쓰러뜨렸다.

그것은 좌절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고 내가 놓쳤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것은 격려이기도 하고 위안이며 사랑이었다.

나는 말러의 거대하고도 웅장했던 교향곡 3번의 끝을 달리며

숨죽이며 마지막 여정을 함께했고 끝을 향해 조심스럽게 어디론가 걷고 있었다.


어느 파트 하나 소중하지 아니한 것이 없다.

긴 시간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 대전시향의 진지함과 집중은 계속되었다.

모두가 평등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하모니를 이루고 점차 웅장하게 응집하면서 팀파니의 두드림과 함께

정적이 찾아오고 따뜻한 신의 숨결이 어느 곳 하나 이르지 않은 곳 없이

축복으로 가득 찼다.


용서와 화해를 하듯 6악장은 심벌즈로 환기를 시키고 담대한 팀파니의 울림과 함께

거대했던 여정은 서서히 서두르지 않으며 모두 끝이 난다.



아쉬웠던 부분은 1악장에서 6악장까지 꾹꾹 눌러왔던 음악의 감동을

너무나 쉽게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박수가 쏟아져 나왔던 것이었다.

지휘자의 지휘봉이 완전하게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았을 것을

가슴 벅찼던 많은 감상자의 이른 박수에 거대했던 어떤 공기가 한순간

땅으로 주저앉는 기분이 들었음은 어쩔 수 없던 부분이었다.


맺으며

말러는 3번 교향곡의 제목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행복한 삶", "한 여름 밤의 꿈", "나의 행복한 과학", "한 여름 아침의 꿈",

"한 여름 낮의 꿈" 등을 생각했다가 셰익스피어나 니체의 표절 같은 느낌에 제목 붙이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1악장에서 6악장의 거대한 여정이 끝났을 때

가슴에 단단하게 박힌 그 무엇은 "역시 사랑"이었다.

무에서 유의 세계, 시작과 끝의 세계, 그리고 다시 그것의 반복.

그 안에서 빚어진 피조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우리가 힘들고 고단한 세계를 뚫고 다시 힘을 내며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위로받고 치유하며 더욱 큰 꿈을 꾸고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은

비단 인간뿐만이 아닐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과 어쩌면 무생물도 사랑이라는 위대함으로

존재하고 진화하는지 모르겠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장엄했던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편성으로

무뎌지고 건조했던 영혼은 기름진 땅에 피어오른 새싹처럼 활기를 찾았다.

위대한 작곡가와 연주가,,모든 음악인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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