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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훈성] 리뷰 <고스트메모리>, 노래극단희망새-2015.6.19.대학로예술극장 혜화
작성자 대전공연전시 (ip:)
  • 작성일 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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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642
평점 5점


리뷰-<고스트메모리>, 노래극단희망새-2015.6.19.대학로예술극장 혜화



‘해원’의 시작, 학살에 대한 기억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학교 일로 분주한 탓도 있지만, 그간 작품 보러 다니느라 정신없었던 것도 있다. 6월 19일에 서울 대학로예술공간 혜화에서 뮤지컬 「고스트메모리」(노래극단 희망새/김규남, 윤나라 작, 조재현 연출)를 보았다. 다음날 명동, 국립극장 관람 작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주말의 관극 포인트는 「고스트메모리」였다.


  노래극단 희망새는 1993년 창단했다는데, 나는 너무 늦게야 이들을 만났다. 몇 년 전이던가, 2012년 11월 말에 예산문예회관에서 반유신프로젝트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를 꽤 인상적으로 본 기억이 있다. 왜 하필, 1979년 유신말기 ‘부마항쟁’이 작품 배경인가를 두고 그 의도를 빤히 알기에 나는 그들의 전광석화도 같은 프로젝트 기획에 놀라워했었다. 그래서인지 작년에 「고스트메모리」 공연 소식을 듣고서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지 못한 채, ‘희망새’이기 때문에 무조건 찾아본다고 했었다. 안타깝게 다른 관람 일정이 겹친 탓에 관극을 놓치고 올해 다시 공연된다는 소식에 다른 일 제쳐두고 극장에 갔다.

  ‘희망새’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앞에 둔 것은 사실, 경북 경산코발트 광산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작품들은 흔하지 않다. 2011년 6월에 청주 문화공간 새벽에서 「귀동아, 방귀동아」(예술공장 두레)를 보고, 난 다른 이들보다 심정적으로 보다 작품을 남다르게 생각했는데, 이는 마찬가지로 ‘보도연맹’ 사건을 다루고 있고, 이 숨겨진 ‘역사 찾기’는 우리 가족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마침하여 대전 산내 골령골(*대전 산내에서는 1950년 7월을 전후로 대전형무소 정치범 1,900여명을 포함 7,000여명이 학살되었다고 한다.)에서 지난 6월 27일,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 친지, 가족만 해도 이렇게 세월이 지났으면서도 따로 시신 없이 산소를 모시고 제를 올려도 그 학살지를 다시 찾는 것은 많이들 부담스러워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이상하게도 국가폭력으로부터 무고한 ‘희생자’, ‘피해자’가 된 가족이 오히려 그 진상규명을 바라는 일련의 모습들에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불편해하는 양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그 기억에 대해 침묵과 망각을 강요받아온 당신들에게는 크나큰 각인된 상처고 이를 발설하는 것에 터부가 있는 것도 사실인 셈이다. 그 ‘보도연맹’이란 사건이 그만큼 숨은 역사이고 그것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이어서, 뮤지컬 「고스트메모리」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난 누구보다도 이런 작품이 잘 만들어지고 많이 공연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국민보도연맹’은 좌익 전향자로 구성됐던 반공단체 조직이다.(1949.6.5.) 이승만 정권은 국가보안법(1948.12.)에 따라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사상 전향시켜 이들을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 아래에 대국민 사상통제 목적으로 ‘국민보도연맹’을 결성한 것이다. 이런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1949년 말에는 그 가입자 수가 30만 명에 달했고, 보도연맹 대상자는 좌파 낙인이 찍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실제로는 지역별 할당제 때문에 공무원들의 실적을 위해 가입을 강요받은 경우가 많았고, 사상범이 아닌 경우에도 이렇게 등록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보도연맹에 가입하면 쌀, 식량 등을 배급해준다’고 선전했고, 그래서 사상에 관계없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등록한 양민들이 많이 있었다. 또, 가입만 하면 면책된다는 약속과 달리 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소집되어 기합이나 체벌을 받아가며 반공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고 한다. 이는 예술공장 두레의 작품 「귀동아 방귀동아」에서 ‘보도연맹원’의 주요 장면이 되기도 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은 보도연맹원이 인민군에 내응하고 배신할 수 있는 존재라 여기고 국군, 경찰 또는 교도소 교도관들을 통해 보도연맹원들을 무차별 검속하고 즉별처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국전쟁이후 자행된 민간인 학살은 지금까지도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그 이유는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학살인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철저히 은폐하고 금기시했었고, 보도연맹 학살 사건의 생존자나 유가족은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자신도 ‘빨갱이’로 몰려 감옥에 끌려가거나 국가권력에 의해 살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박정희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군사독재정권을 통해 유족들을 ‘연좌제’를 적용했고, 학살과 관련한 정부기록을 모두 소각해버려 진상을 철저히 은폐해버렸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2005년 12월 1일 출범)는 유해 발굴 대상지 선정 후 용역을 의뢰, 2007년 5월부터 약 4개월에 걸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관련된 전국 네 곳의 유해매장 지역의 유해발굴을 진행하는데, 그 대상지로는 전남 구례 봉성산, 대전 산내 골령골, 충북 청원 분터골,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등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보도연맹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여러 가지를 밝혀내었으나, 학살을 지시한 명령체계등 사건의 전말을 규명하지 못한 채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한 위원회 조사는 2009년 11월 26일로 사실상 종결되고 만다.


 

 


 이러한 ‘보도연맹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의 길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러한 가운데, 일부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나 부분으로 다루어지는 ‘보도연맹’ 사건이 이렇게 연극 작품으로서 만날 수 있다는 부분은 그 자체로서 시의적인 가치를 가진다. ‘기억’을 두려워한다는 것 자체가, 이 「고스트메모리」라는 작품 제목처럼, ‘진실’을 ‘유령’으로 만들고 정처없이 배회하게 만든다. 역사를 반드시 치장할 필요는 없다. 어떤 역사의 발굴 자체가 묵은 ‘해원’의 시작일 수 있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억되어야 것’을 다시 ‘기억’하고 이를 바로잡는 것, 그것이 진정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 뮤지컬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몇 마디 적자면, 겨우 인터넷방송 별풍선 대박을 바라는 BJ ‘왕코’와 ‘별성’이 어떻게 ‘망자’를 불러줄 수 있는 이 시대의 무당이 될 수 있는가는 조금 더 개연성있게 이야기되어졌으면 좋을 듯하다. 물론 따지자면 이 묵직한 주제를 조금이라도 생동감 있게, 또 ‘학살’에 대한 진상을 알리는데 부담주지 않고자 고민한 흔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 ‘보도연맹’ 사건의 진실을 알아야 할 대상(관극자)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세상에서 오로지 연극만 제대로 된 세상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는 듯하다.(*)





조훈성(문학박사, 공연축제평론가)

문학박사(「마당극의 사회의식 변화에 관한 연구 : 대전ㆍ충청지역을 중심으로」 (공주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논문, 2013)

前, 사)한국민족극운동협회 <민족극과예술운동>편집장

現, 공주대학교, 한밭대학교 출강.

現, 공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現, 민족극예술연구소 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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