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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훈성]「극장 열전의 격과 동시대적 연극」-“2015 제 4회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에서
작성자 대전공연전시 (ip:)
  • 작성일 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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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684
평점 5점


 

「극장 열전의 격과 동시대적 연극」

-“2015 제 4회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에서


 – 조 훈 성(공연축제 평론가)




 


1. 자생적 소극장 운동의 활로 모색과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이하 ‘대.소.열’)은 각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덟 개 극단이 모여, 각자의 레퍼토리 공연을 지역별로 순회 공연하는 소극장 교류 축제다. 그리고 지난 6월 19일 광주, 구미 공연을 시작으로 7월 22일부터는 모든 참여 극단의 공연 작품을 부산으로 한데 모아 상연 및 평가, 세미나 등을 가졌다. 이번에 참여한 극장을 지역별로 나누어 살펴본다면, 우선 경상도 지역에서는 부산의 ‘공간 소극장’(극단 어니언 킹)과 ‘디코 소극장’, 대구의 ‘한울림 소극장’(극단 한울림), 구미의 ‘공터_다 소극장’(문화창작집단 공터_다)이 있다. 또, 전라도 지역에서는 광주의 ‘씨어터 연바람’(극단 푸른연극마을)과 전주의 ‘아하 아트홀’(극단 명태)에서 공연을 가졌으며, 충청 지역에서는 대전의 ‘소극장 핫도그’(극단 놀자)와 강원 춘천에서는 ‘봄내 극장’(극단 도모), 마지막으로 경기 안산 지역은 ‘카페 떼아뜨레’(극단 걸판) 등이 이번 ‘대.소.열’에 참여했다. 이렇게 참여 극단과 소극장을 놓고 보면 서울, 제주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전국 단위 소극장 연극 교류의 장으로서 손색이 없을 만하다.


  ‘대.소.열’은 2010년에 공간소극장 등 4개 소극장이 주축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참여 극단이 여덟 개 극단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대한민국소극장열전 협동조합’을 만들어 축제의 유지 구심점도 마련했다. 원래 ‘열전(列傳)’이라 하면, 한 역사적 인물의 생애 업적을 기록한 전통 서사의 한 유형 규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극장’에 ‘열전’을 붙인 것을 보면, 행적을 갖춘 ‘인물’을 대신하여 극장의 ‘드라마’를 표제로 이를 논하는 게 옳겠다. 무엇보다 ‘전할 만한’이라는 ‘전(傳)’을 놓고 본다면 그리 쉽게 단정을 지을 ‘연극제’는 아닌 듯하다. 사실 고금의 ‘열전’에 담긴 의미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점을 두고 본다면, 이러한 ‘극장’의 유지, 지속을 위한 교류 노력은 한 시대와 세대의 ‘역사’의 한 장이 될 수 있음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그 모습에 대단한 만족감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장 연합이라는 새로운 도모의 장에 대해 나는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내가 경험한 몇몇 ‘한마당’의 유지를 위한 방편을 떠올리면서, ‘소극장 위기’라는 공통적 문제의식에서의 ‘소극장의 결속’ 지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선을 갖는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은 전국적 소극장 교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단한 큰 화제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나, 무엇보다 지역 연극인들의 자생적이면서 주체적인 소극장 운동의 활로 모색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를 둘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2. ‘극장’에서 만나는 한 시대와 세대의 연극

 

  서울의 대학로 소극장의 고사 위기에 대한 기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90년대 이래 각 대학교에 연극과 개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당연히 이러한 연극계에 유입되는 창작자, 연기자들이 증가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 연극계의 발전에 본격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도적으로 ‘예술인 지원정책’이 이렇게 양산된 영세한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을 충분히 보호해주거나 활동 기반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 수요 대중의 영상 매체로의 관심 이전이 나날이 증가 추세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연극계는 수요 공급에 있어서 자원 불균형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지역의 영세한 소극장과 연극인은 더욱이나 대규모 상업적 뮤지컬이나 코미디류 공연에 밀려 그 시장이 한정되고 위축되어 실험적이고 다양성 있는 작품들을 제작할 만한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 소극장의 부실의 주원인은 다양하지만, 극장 임대료, 극장 유지를 위한 기본 경상비, 유지 보수비 등에 한 극장이 1년 내내 공연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어서 그 최소한의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다는 점은 서로 비슷하다. 결국 극장뿐만 아니라 극단 운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데, 이처럼 지역에서는 점점 제작 인프라는 한정되어 가면서 새로운 창작 작품이나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지역 소극장의 연합 교류라는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이라는 기획은 극장 간의 ‘협업’에 의한 적극적인 자생적 활로 모색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둘 수 있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어느 정도 토대 마련에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러한 구조 토대의 불안정함을 어떻게 중·장기적으로 극복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에서의 협업적 가치는 다음과 같이 더 구체화시킬 수 있다. 첫째, 각 지역 연극단체가 연계하여 소극장 네트워크를 형성하였으며 이를 전국적 망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점, 둘째,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각 지역의 연극단체들이 연합하여 전국을 ‘순회공연’하면서 작품을 교류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레퍼토리 공연을 발굴해낼 수 있다는 점, 셋째, 그 출품 작품이 발전적 경쟁을 통해 그 양질에서 점진적이지만 다양하고 시의성을 띤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주축이 되는 소속 극단 배우들이 대체로 젊어 지역 연극계에 건강한 토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이들의 도모하는 내일이 긍정적으로 바라봐진다.


  이번 ‘대.소.열’에 출품된 각 작품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시대’와 ‘장르’가 다양하게 나타나 보인다는 것이다. 극단 어니언킹(부산)의 「천국주점」이나 극단 한울림(대구)의 「변태」는 드라마적 형식을 넘어서 비현실 세계에 ‘무의식’과 ‘과거’을 투영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피폐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삶과 갈등을 표현하려는 의욕은 좋았으나 희곡 텍스트를 상연하는데 있어서 수용자에게 공감대를 줄만한 수준의 구성과 형식은 구태하게 보였다. 극단 놀자(대전)의 「그리움에 대하여」와 극단 도모(춘천)의 「작은 방」은 ‘일상적 개인’의 독백 및 주, 보조 인물 간 대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소통의 관계를 보여주고, ‘소외’와 ‘가족 세대 간 갈등’, 여기에 간접적으로 제시되는 ‘예술인’의 현실 문제 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희곡 인물이 드라마의 정서적 환기는 가능하게 한다하더라도 문제적 사회를 발견하는데 무리가 있고, 사회적 인물로서 각 작품을 밀도 있게 끌고 나가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극단 푸른연극마을(광주)의 「꽃 피자 어데선가 바람 불어와」나 극단 공터_다(구미)는 「청록」, 극단 걸판(안산)의 「분노의 포도」는 요새 연극의 경향에 있어서 ‘고전’, ‘문학’과의 상관을 두고 함께 엮어볼 만하다. 「꽃 피자 어데선가 바람 불어와」는 ‘춘향전’을 모티브로 권선징악적 구도에서 벗어나 판소리, 무용 등을 활용해 변학도, 이몽룡, 춘향의 내면 심리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시도 등은 신선할 수 있으나, 이러한 고전 모티브는 친숙한 텍스트라는 점에서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진부함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 「청록」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과 박목월의 이야기를 바탕에 둔 작품이다. 무대화를 위한 여러 시도들, 극중 인물이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조명, 기타와 테크노 음악의 활용 등에서는 참신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작품의 주제의식이라 할 수 있는 ‘식민지 현실에서의 예술인’이라는 메시지가 치밀하게 새겨지진 못한다. 역시나 작품에 담고 있는 ‘문제의식’을 현상적으로 옮기는 데 머물러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분노의 포도」는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원작으로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결함을 고발한 것처럼, 이 연극도 ‘조드 일가’의 가난에 대한 분노를 현 시대의 사회적 구조 문제를 등치시켜 그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촌극’에 대한 연출 솜씨로 작품이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잘 전달해 메시지의 선명함이 강한 인상을 만들고,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 연극에 대해 관객은 그 주제의식에 교감과 공감을 가지면서도 거친 연기 기질과 연출을 낯설어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극단 명태(전주)의 「귀향」(원제 극단 한강, 「반쪽날개로 날아온 새」)은 광복이 되면서 귀향을 앞둔 세 일본군 위안부의 심리 변화 과정을 치밀하게 잘 다루고 있다. 이미 원작으로 다른 극단의 작품을 본 경험이 있어서 그 연출 방식에 있어서는 참신함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세 위안부 역할을 맡은 세 배우의 흡인력 있는 연기는 인상적이어서 작품을 통해 역사현실에 대한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데 있어서 크게 일조하고 있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의 그 참여단체 구성원들의 연령층은 상당히 폭넓은 편이다. 그런 덕분에 다양한 시의적 주제의식과 발견과 이를 해석하고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형식과 개성의 조화가 엿보인다. 하지만 각 출품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 대본과 연출에 있어서의 한계를 통해 앞으로 작품의 치밀한 구성과 완성도에 있어서는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3. 벌림의 트임은 언제나 주체적이며 고유하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은 미래적 면모에서의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그 잠재동력에 대한 기대가 불안함과 불확실성도 따라 수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소극장’의 자활 노력이 오히려 각 지역에서 몇몇 소극장 단체에 한정된 활동으로 자칫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성’이란 것이 선택된 ‘선민성(選民性)’으로 잘못 발현될 수 있으며, 이는 곧‘선별적 확장’이라는 그들만의 세계라는 ‘고립’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순회 교류 공연에 대한 제약과 한계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연례행사’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한 각 단체의 별리(別離)와 피로감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올 수 있고, 각 지역의 문화토양 기반의 허약함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레퍼토리 선정 작품에 대해서도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작품 선택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겠으나, 앞으로는 ‘열전 테마 기획’에서 지역성 구현의 방법이나 시의성을 가진 큰 화제를 중심에 두고 작품을 출품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는 각 지역의 일반 관객들에게 차별화된 공연축제 기획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며 홍보 마케팅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전문 기획자를 따로 둘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순회식이라도 집행사무국에서 매년 출품 작품에 대한 대본, 영상, 사진, 포스터 등을 수집, 분류, 보관, 관리 등을 일임하여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축제든 ‘정착기’에 이르면 이미 초창기 자료가 손·망실 되거나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다반사다. 그래서 그 기록 자료가 정작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그 소속구성원과 주관단체들에 있어서 의미 있는 정보자료 유산의 손실이기도 하지만 일반 문예연구나 또는 관객 입장에서도 그 축제 변천 및 해당 단체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단절, 단락 지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아카이빙 작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열전’이란 단어 자체가 역사적 상징어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이 특별하고, 의미 있는 도모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나는 이들보다 이를 지원, 육성해야 할 우리 문화토양의 척박함이 그 어떤 것보다 우려스럽다. 이들을 지원, 육성할 수 있는 문화정책은 대개 그렇듯 선언적이고 제한적이며, 편향적이기 일쑤며 획일적이고 비현장적이며 편의적일 때가 많다. 언젠가부터 제도는 ‘국제’, ‘세계’, ‘창조’란 단어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몰입하고 있으며, 기금 수혜를 말하면서 단기적 지원 정책에 대한 행정 편의적 ‘맞춤’을 강요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예술은 ‘맞춤’에 대한 전환을 환상적으로 벌여오지 않았는가. ‘벌림에서의 트임’은 언제나 주체적이며 고유하다. 그러므로 나는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이 미래를 멀리 바라보고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



조훈성(문학박사, 공연축제평론가)

문학박사(「마당극의 사회의식 변화에 관한 연구 : 대전ㆍ충청지역을 중심으로」 (공주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논문, 2013)

前, 사)한국민족극운동협회 <민족극과예술운동>편집장

現, 공주대학교, 한밭대학교 출강.

現, 공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現, 민족극예술연구소 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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